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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20. 2023

혁명가 그녀 2

소설


2.


 사람들은 대화라는 건 애초에 소멸된 사람들처럼 오로지 포크에 스파게티를 돌돌 말아서 먹는 것이 이 세상에서 하는 유일한 존재양식처럼 보였다. 내가 그녀에게 그러한 사실을 이야기할 즈음 스파게티가 나왔고 나는 그녀가 말없이 스파게티를 입에 넣는 모습을 보고 나도 스파게티를 입안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녀처럼, 그리고 다른 테이블의 그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즉에 안 사실이지만 뜨거운 음식은 실지로 빨리 먹게 되어있다. 어째서 뜨거울수록 빨리 먹어지는 것일까. 그런데 이곳에서 먹는 더운 스파게티는 그 맛을 음미하면서 먹게 되어 있었다.


 이렇게 맛있는 곳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많아서 빨리 먹어야 하는 작은 긴장감이 있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저쪽 테이블에서 스파게티를 다 먹은 사람들이 계산을 하고 나간 후 테이블 정리가 끝이 나면 곧이어 손님이 들어와서 그 자리를 메꿨다. 그러한 반복이 지속되었다.     


 기이한 곳임에는 분명했다.


 그녀는 어째서 이런 곳을 잘 알고 있을까.


 스파게티를 다 먹고 난 후 그녀는 그곳을 나오면서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의 한 대목을 이야기했다.    


 리자, 어제는 도대체 무엇이 있었을까.


 있었던 일이 있었지 뭐.


 그건 가혹하다. 그건 너무나도 잔혹하다. - 도스토예프스키, [악령]에서     


 그녀는 그러한 물음을 남기고 며칠 지난 후 나에게 이별을 고하고 혁명가의 길로 들어선 모양이었다. 그리고 카페에서 우연히 그녀와 마주쳤다. 그녀는 혁명가로서의 그녀로 나와 마주친 것이다.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게다가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혁명가처럼 보이지 않았다. 실지로 혁명가를 난 한 번도 만나본적이 없다. 그리고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빚을 진 누구처럼 어딘가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보였다. 머리가 길었던 주근깨 소녀였던 그녀는 짧은 단발로 바뀌었고, 주근깨는 사라졌다. 좀 더 야위었으며(어쩌면 이런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조금 수척해 보일 뿐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아는 척을 했고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 듯 보이더니 나를 반갑게 안아주었다. 양손으로 나를 감싸 안고 등을 아래위로 쓰다듬어 주었다.     


 이것이 혁명가들의 인사법인가.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나에게 좀 걸어가면서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혁명가로서의 그녀 옆에서 그녀와 나란히 걸으면서 그녀가 하는 말을 들었다.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상당히 말을 조리 있게 했다. 선택된 단어와 사용하는 어휘에서 예전의 링고 스타를 좋아하던 즉흥적인 면모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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