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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21. 2023

혁명가 그녀 3

소설


3.


 혁명가가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 궁금하냐고 그녀가 나에게 되레 물었다. 나는 옆집 대학생 누나의 목욕장면을 훔쳐보다 들킨 사춘기 소년 같은 얼굴로 혁명가로서의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말이에요, 세상은 미궁 같은 곳이라 알 수 없는 일들이 곳곳에 만연해 있어요. 모든 이들이 그러한 건 아니지만 마켓에서 그로서리 쇼핑을 하고 신문을 보고 계절에 맞는 옷을 구입해요. 물론 사치는 없어요. 대부분 최소한의 물품만을 구입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어요.    

  

 나는 혁명가로서의 잘 짜인 그녀의 단어 배열을 들으며 지나온 시간에 대해서, 그녀와의 짧지 않았던 기억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비슷한 공감을 형성을 하며 앞으로 순탄하게 잘 나아갈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그녀에게서도 그러한 기운이 가득했다.


 어쩌자고 나에게 이별을 고하고 혁명가의 길로 들어섰는지 알 수는 없지만 둘만의 그 시간들만은 거짓이 아니라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굳게 믿었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엑스파일 같은 서류철을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소중한 서류 같았다. 나에게 혁명가로서의 그녀에 대한 생각을 말을 하면서 가끔 서류철을 펼쳐 하나씩 검토했다. 나는 그 서류에 눈길을 두지 않았지만 그 서류는 필시 혁명가들에게 필요한 서류 같았다.


 서류라는 것은 어디에 가도, 그 어떤 사람에게도 흡착되어 있다. 나는 혁명가로서의 그녀 옆에서 나란히, 그리고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혁명가로서의 그녀의 걸음에 밸런스를 맞추어 걸었다. 그건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걸음걸이를 평소에 자신과 맞지 않게 지속적으로 걷는다는 것은 몸에 생각지도 못한 무리가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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