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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23. 2023

38. 고 웨스트

소설


 겨울에 모두 함께 땀을 흘릴만한 곳으로 롤러스케이트장만한 곳은 없다. 한 시간만 신나게 타고나면 등과 얼굴에 땀이 흘렀다. 롤러스케이트 장이 대부분 없어지고 두 군데가 남아있었다.     


 거대한 천막으로 만든 싱싱 롤러장과 제일 생명 지하에 있는 미키마우스가 있었는데 우리는 다운타운에 있는 미키마우스로 갔다. 당연하지만 그곳은 시내에서 잘 나가는 아이들이 모두 와서 롤러스케이트를 탔다.   

  

 지하로 들어가면 입구에 노는 언니들과 안전지대를 입고 있는 남학생들이 롤러 장의 물을 확인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땀 냄새와 발 냄새가 진동을 하지만 오 분만 지나면 익숙해졌다. 가판대에서 스케이트를 빼내는, 껌을 잘근잘근 씹고 있는 누나를 우리는 잘 안다. 가판대의 누나를 알고 있으면 비교적 깨끗한 롤러스케이트를 건네받을 수 있었다.    


 가판대에 있는 누나는 우리 반 정남이의 누나의 친구로 시내에서 가장 무서운 누나 중에 한 명이었다. 이 누나의 머리모양은, 나 학교에서 포기한 아이거든, 나 시내에서 제일 튀는 아이거든, 노는 아이거든, 내놨거든, 을 알리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누나는 표정이 없다.     


 정남이의 누나가 롤러스케이트 선수였는데 운이 좋으면 정남이 누나가 여기서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번 롤러스케이트 장을 달리면 그 아우라가 아주 싱싱한 은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정남이 누나가 우리를 알아보면 펩시콜라와 컵라면을 하나씩 사주었는데 롤러스케이트 선수에게 얻어먹는 콜라는 더 맛있었다.     


 천막으로 된 싱싱 롤러스케이트 장에는 그저 음악이 나오고 거대한 공간에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우후죽순으로 타는 곳이라 우리에겐 썩 재미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미키마우스에는 고등학생이 대부분이었고 무엇보다 디제이 박스가 있었다.     


 디제이 제이미는 미키마우스 롤러장을 모던 토킹과 터치 바이 터치나 라디오 라마의 예티, 아하의 테이크 온 미처럼 신나는 노래로 가득 매웠다. 중간에 소녀대의 코리아가 뜬금없이 나올 때도 있었다. 소녀대의 노래가 나오면 중저음으로 모든 가사를 따라 부르는 남학생부대가 있었다.    

 

 롤러장 한편에는 휴게실이 있고 거기에 있는 전화박스에는 늘 줄이 늘어서 있고 비퍼로 온 메시지를 확인하려는 아이들로 넘쳤다. 휴게실에는 테이블이 여러 개 있고 그곳에 앉아서 환타나 콜라를 마시거나 컵라면을 먹었는데, 그 자리에 앉아서 먹는 아이들은 늘 정해져 있었다. 가판대의 누나에게 선택받은 스케이트를 신은 자는 당당하게 테이블에 앉아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런던 보이스의 할렘 디자이너가 나오면 한 줄로 허리를 잡고 발을 굴렸다. 디제이의 한 마디에 모르는 사람의 허리를 부여받을 수 있는 권한이 각각에게 주어졌다. 그러면 눈치를 보고 있다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 남자 애의 뒤에서 허리를 잡았다.    

 

 그 행렬에서 튕겨 나와 넘어져 머리통이 깨져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미키마우스 죽돌이 중에는 뒤로 가거나 한 발을 들고 타는 아이도 있었고 스피드를 내며 사람들을 피해서 타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 대부분 여자애들의 부러운 눈빛을 받고 나갈 때는 여자애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두 시간을 지치지 않고 타면 땀이 난다. 몹시 덥다. 그때 팻샵 보이스의 ‘고 웨스트’를 디제이가 틀어주었다. 우리는 한 줄로 서서 멋지게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것이다. 컵라면도 먹었겠다. 콜라도 마셨겠다. 이제 신나게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일만 남았다.


 개구리가 제일 앞에 있고 개구리의 허리를 득재가 잡았다. 그리고 기철이, 상후, 나, 효상, 마지막으로 종규가 맨 뒤에서 허리를 부여잡고 고 웨스트에 따라 죽 롤러스케이트장을 돈다.     

 

 디제이가 한 마디를 한다. 그러면 우리를 비롯한 그곳의 많은 아이들이 내용도 모르면서 고 웨스트 부분을 따라 부른다. 그저 발을 굴려 걷는 속도보다 조금 빨리 가는 것뿐인데 재미있었다. 평소처럼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야호, 와아, 같은 의성어나 의태어 같은 말만 내뱉어도 신났다. 우리는 종규에게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얼굴을 볼 수 있어서 그것으로 만족이었다. 오기 싫다는 종규를 억지로 데리고 왔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규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고 웨스트!”     


종규의 그 모습에 우리는 만족했다. 등이 축축해지면 우리는 나와서 주황색으로 가득한 달라스 햄버거 집으로 가서 햄버거와 밀크셰이크를 한 잔씩 마시며 땀을 식혔다.     



Pet Shop Boys - Go West https://youtu.be/GER396B6M7w 감동이야 라이브 ㅠ

Pet Shop Bo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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