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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2. 2023

39. 게스와 마리떼프랑소와 저버

소설

 

 게스와 마리떼프랑소와 저버가 붙었다. 너도 나도 게스의 열풍 속에 찬욱이가 마리떼프랑소와 저버를 입고 나타났다. 우리는 슈바빙 주인 누나가 가끔 입고 있는 청바지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물론 상후에게 들어서 말이다.     


 세련된 케이트 모스 같은 게스에 비해 마리떼프랑소와 저버는 어딘가 도전적이고 전위가 묻어있고 아방가르드한 케이트 모스 같았다. 십만 원을 호가하는 청바지는 부의 상징이었는데 너도 나도 그것을 하나씩 입고 다니면서 부의 ‘상징’이라는 것이 와르르 무너졌다. 찬욱이가 입고 있는 마리떼프랑소와 저버는 몇 십만 원을 한다는 것이다. 유행의 물결을 차지하는 게스의 바다에 모세처럼 마리떼프랑소와 저버가 나타난 것이다.   

  

 찬욱이는 진만이와 태형이와 더불어 학교에서 가장 잘 치는 아이였기 때문에 청바지를 누구에게 빼앗길 일도 없었다. 교문 밖에서 마리떼프랑소와 저버를 입고 다니다가 학교에 들어올 때 교문 앞에 터미네이터가 있으면 교복으로 갈아입고 들어왔다. 하지만 다른 선생님들이 있으면 그냥 마리떼프랑소와 저버를 입고 교복 재킷만 걸치고 들어왔다.     


 우리? 우리는 늘 교복을 입고 다녔다. 상후 정도가 게스 청바지를 입고 다녔고 잠뱅이나 웨스트 우드를 입었으면 다행이었다. 아직 브랜드가 주는 의미에 대해서 잘 모를 때였다.      


 게스의 홍수 속에서 마리떼프랑소와 저버의 움직임은 마치 입신한 바둑돌이 포석을 깔아 둔 악수 속에서도 묘수로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동안 당구장에서 달라스에서 게스를 입고 엉덩이를 내밀던 아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찬욱이는 소니의 시디플레이어 왕국 속에서도 혼자서 와이와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다녔다. 카세트테이프는 시디만큼의 음질을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책상 위에 고요히 올려놓고 음악을 들어야 하는 시디플레이어보다는 걷거나 달리면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카세트 플레이어가 더 낫다고 찬욱이는 늘 말하고 다녔다.    

 

 언젠가 찬욱이가 매일매일 쉬는 시간에 무슨 노래를 듣는지 궁금해서 옆에 앉아서 노래를 들려 달라고 했다. 의외였다. 그래서 편견이란 무섭다. 찬욱이는 피터 폴 엔 메리의 puff the magic drgon을 듣고 있었다.


 “이거 퍼프라는 매직용과 재키라는 꼬마의 우정을 그렸기에 외국에서는 아이들이 많이 따라 부르는 동화 같은 노래야.”     


 찬욱이는 펜싱을 했고 키가 크고 늘 뒤에서 노는 아이들과 어울렸기에 찬욱이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그것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찬욱이는 교실 맨 뒤에서 마리떼를 입고 다리를 책상에 올리고 피터 폴 앤 메리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Puff The Magic Dragon -- Peter, Paul & Mary ~ Live 1965 https://youtu.be/z15pxWUXvLY

James Guil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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