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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20.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66

3장 당일


66.

 다. 른. 곳. 의. 근. 육. 이. 발. 달. 할. 수. 록. 페. 니. 스. 는. 부. 드. 러. 운. 굴. 처. 럼. 변. 한. 다.


 이제 서서히 여름밤의 어둠은 그만의 농밀함을 더해갔다. 그 농밀함에 질투라도 하는 듯 마동의 숨은 더욱 거칠어졌다. 강변을 따라 희미한 달의 모양이 마동을 따라오다가 어둠에 휩싸여 없어지기도 했다. 달빛은 구름과 어둠과 비를 뚫고 희미한 것을 넘어서 엷은 빛이 되어 허공을 비추었지만 마동은 그 희미한 달빛의 신비함과 속삭임을 느낄 수 있었다. 달의 속삭임은 오래전 군대에서 초소 근무를 서며 들을 수 있었던 속삭임 그것이었다. 달은 말없이 마동을 배신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왔다. 마동은 희미한 달을 바라보며 앞으로 달렸다. 앞으로, 앞으로 나갔다. 달은 희미한 달빛을 발하다가 다시 서서히 구름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했다. 달빛이 구름 속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때 어둠은 그 농도를 궁극적으로 진하게 만들었다. 강변의 조깅코스를 비추던 가로등의 불빛도 달빛처럼 퇴색되어 가로등의 기능을 잃어버린 채 가로등이라는 명제로만 남아있었다.


 강변의 끝으로 나갈 즈음 저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의 형태가 보였다. 마동의 뇌리에 자동적으로 긴팔의 여자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 여자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힘껏 달려서 앞에서 걸어가는 그 사람이 누군가 알아보려고 따라붙었다. 뒷모습이 가까워질수록 그녀가 맞았다. 여자는 흡사 어둠에 존속되어 있는 존재 같았다.


 맙소사.


 다리의 움직임도 없었고 옷의 흔들림도 전혀 없이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그 여자가 맞았다. 마동은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수그러들었던 페니스가 다시 고개를 들려고 했다.


 아아, 페니스는 늘 의식과 무관하게 불쑥불쑥 고개를 들어 올리려 하는 것일까.


 마동의 의지와는 무관한 것이다. 어쩌면 또 다른 자아의 움직임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 잠깐 본 여자에게 사랑을 느낄 리가 없다. 욕망일까. 본능이라고 말하기에도 이상하다. 욕망을 느끼는 것 또한 기이하기만 했다. 성욕을 느낀다고 하기에는 페니스가 너무 본능적으로 반응을 했다. 세상에 ‘너무‘가 붙는 것은 부정적인 요소가 강할 때이다. 마동이 머릿속에서 그 여자를 생각하는 순간 정확히는 그녀의 가슴골을 떠올리는 순간 발기하기 시작했다. 그래, 성욕이라면 성욕일 수 있다. 마동은 자신이 건강해서 그런 것이리라. 애써 자신에게 희망을 북돋아주었고 계속 달려서 그녀 가까이 갔다.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 말이라도 건네 봐야겠다. 빗줄기는 가늘게 떨어지다가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다. 변덕스러운 날씨라고 하지만 이렇게 이질감이 드는 날은 처음이었다. 가로등은 불빛이 미약했고 그나마도 몇 개 건너 하나씩 가로등의 전등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긴 레이스가 달린, 여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원피스의 그녀가 앞에 걸어가고 있었다. 긴치마가 바닥에 닿아서 질질 끌렸지만 여자는 신경 쓰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걸어간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마동은 여자를 가로질러 그녀를 앞지르려고 했지만 왜 그런지 그녀를 따라잡는 것이 힘들었다. 여자는 마동이 달리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앞으로 가고 있었다. 마동은 여자의 미스터리한 눈빛이 떠오르고 그녀의 가슴골이 떠올랐다.


 아, 이런 제길. 오 하느님.


 믿지 않았던 하느님을 속으로 찾았다. 마동은 딱딱해져 가는 페니스를 느낄 수 있었다. 여자는 천천히 걸어갔지만 마동이 따라가기에는 벅찰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필시 무슨 장치를 한 것이다. 마동은 팔의 반동을 세차게 주며 앞으로 더욱 질주했다. 그 반동 때문인지 휴대전화의 음악이 베토벤의 연주에서 박선주의 노래로 바뀌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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