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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2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67

3장 당일


67.

 [섞이고 섞이고 섞이는 달콤한

 숨소리 내리는 코크 넘버 파이브

 유어 마이 에브리띵……]


 노래는 뒤죽박죽이었다. 마동은 귀에서 이어폰을 뺐다. 이어폰을 빼는 순간 자연의 소리라고는 전혀 들리지 않는, 완연한 무음의 세계에 들어와 버린 기분이 들었다. 여름의 소리, 공간의 소리와 강변에서 마땅히 들려야 하는 소리들, 바람소리조차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마동은 귀를 한 번 후볐다. 소용없었다. 애초에 소리라는 것이 생성되어 있지 않은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곧이어 웅 하는 천지창조의 울림이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목욕탕에서 잠수를 한 다음 귀에 물이 들어간 것처럼. 강변을 메우고 있는 여러 가지 소리가 하나의 공명이 되어 귀안으로 들어와 웅웅 거렸고 마동은 손가락으로 귀안을 다시 건드렸다.


 정말 무엇인가 잘못되어가고 있군.


 마동은 세차게 달려 그녀의 바로 뒤까지 따라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등을 두드리려다가 다시 손을 내렸다. 이 세계에 그녀와 자신만 다른 공간에 고립되었다는 순간의 느낌이 이어폰을 빼버린 그때 들어버렸다.


 “저기……”


 여자가 멈추었다. 질 좋은 스포츠카가 잘 달리다가 그대로 멈추듯 여자는 섰다. 멈추는 순간 그녀의 드레스 역시 무중력 상태의 물건처럼 그대로 가만히 멈춰버렸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뒤이어 몸이 따라서 천천히 돌았다. 예의 그 숨 막히는 가슴골이 마동의 눈에 들어왔다. 여자의 가슴골은 자주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그동안 여러 번 봐왔었다. 마동은 자신 앞에 있는 기이한 여자의 가슴골을 보고 숨이 멎을 뻔했다.


 어쩌면 내가 매일매일 조깅을 하지만 이 운동이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일까.


 말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분명 숨이 막히는 가슴골이었다. 그때 여자의 신비스러운 눈빛과 마주쳤다. 눈동자는 매혹적이었다. 한국적인 눈빛을 지니고 있진 않았다. 그러한 눈빛이 어떤 눈빛이며 눈동자인지 마동은 설명하기 힘들었다. 마동의 페니스는 이미 트레이닝의 모양새를 이상하게 만들었지만 그것에 대해서 크게 개의치도 않았다. 마동은 여자의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릴 것만 같았다. 이 순간을 어떻게든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그녀에게 빨려 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제가 누군가를 헤친다거나 그런 사람인 아닙니다.” 마동은 두 손으로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손짓을 했다.


 제길, 하며 생각했다. 고작 이 정도의 말을 하게 될 줄이야.


 여자는 신비한 눈동자로 고혹적인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달빛과 흡사했다.


 “제 말은……”


 마동은 달리면서 흘린 땀에 식은땀까지 더해져서 민소매의 상의 셔츠가 더 젖어 버렸다. 거기에 내리는 비까지 겹쳐서 냄새가 심하게 날 것이다. 이렇게 냄새나는 몸으로 여자에게 말을 걸다니. 마동은 속으로 자신을 나무라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어정쩡한 모습으로 서서 마동은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때 갑자기 미스터리한 눈의 그녀가 마동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조깅코스를 벗어나 풀숲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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