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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29. 2023

오늘은

일 년 전 그날

안녕 잘가



이 영상은 파라마운트에서 제작한 이태원 참사 다큐멘터리 크러쉬를 유튜브 어퍼컷튜브에서 편집해서 올려놓은 것이다. 1부로써 평화로운 서울 중심가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하는 모습과 국가가 기능을 상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상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며 유튜브 어퍼컷튜브는 볼 수 있을 때 보기를 바랐다. 이문재 시인의 추모시와 함께 올려본다.


https://youtu.be/jHhbC4T2cd4?si=yldAdZTZY28CCXvw

어퍼컷Tube


이름이 없어서

이름을 알 수 없어서 꽃을 들지 못했다

얼굴을 볼 수 없어서 향을 피우지 않았다

 

누가 당신의 이름을 가렸는지

무엇이 왜 당신의 얼굴을 숨겼는지

누가 애도의 이름으로 애도를 막았는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면

당신의 당신들을 만나 온통 미래였던

당신의 삶과 꿈을 나눌 수 있었다면

우리 애도의 시간은 깊고 넓고 높았으리라

 

이제야 꽃 놓을 자리를 찾았으니

우리의 분노는 쉽게 시들지 않아야 한다

이제야 향 하나 피워 올릴 시간을 마련했으니

우리의 각오는 쉽게 불타 없어지지 않아야 한다

초혼招魂이 천지사방으로 울려 퍼져야 한다

 

삶이 달라져야 죽음도 달라지거늘

우리가 더불어 함께 지금 여기와 다른 우리로

거듭나는 것, 이것이 진정 애도다

애도를 기도로, 분노를 창조적 실천으로

들어 올리는 것, 이것이 진정한 애도다

 

부디 잘 가시라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꽃을 든다

부디 잘 사시라

당신의 당신들을 위해 꽃을 든다

부디 잘 살아내야 한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어 후대에 물려줄

권리와 의무가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해 꽃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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