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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26. 2023

전복을 버터에 구웠다

일상이다


전복을 버터에 구워 먹으며 생각해 보니

근래에 자주 그런 일들이 생기는데 내가 일하는 건물에 여러 학원이 있다. 컴퓨터 학원과 베이커리 학원 그리고 미용 학원이 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에 어떤 시간에는 사람들이 우르르 탈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우르르 몰릴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다. 내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건 하루에 한 번 주차를 하고 올라올 때뿐이다. 일을 마치고 내려갈 때는 계단을 통해서 걸어간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건물에 오고 가서 그런지, 아니면 언제부터인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내리기도 전에 나를 밀치고 먼저 들어오는 사람이 생겼다.


엘리베이터는 내린 다음에 타도 늦지 않습니다. 같은 말은 요즘 별로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한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내리는 시간에는 별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사람이 없지만 가끔 올라타는 사람은 모두 그렇게 탄다. 나도 성격이 급하지만 그 정도로 급하지는 않은데 이게 단순히 성격 급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저 무의식 적으로 몸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먼저 들어오는 것이 아닐까. 어떤 시기를 기점으로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그렇게 타기 시작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사람들은 그렇게 타지 않는다.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올라탄다. 그러나, 너무나 이상하지만 일하는 건물에는 내리기도 전에 먼저 올라타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연령과도 무관하다. 베이커리 학원의 원생들은 나이가 어리고, 미용이나 컴퓨터 학원에는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내려가는 버튼의 불이 들어와 있는데도 올라타서 내려가면 왜 올라가지 않고 내려가지? 하면서 혼잣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내려간다고 점등이 되어있는데도 자신이 타면 그냥 올라가는 것을 당연시 받아들이는 걸까.


저녁에 전복에 버터를 구워 먹었다. 버터를 구워 먹는 건 아무래도 그냥 전복을 구워 먹는 것보다 귀찮다. 하지만 1과 2 정도의 차이지 그냥저냥 귀찮아도 해 먹게 되는 것이 있다. 버터를 까고 프라이팬에 두르고 전복을 굽는 것은 그저 조건반사적으로 하는 것이다. 누군가 내리기 전에 엘리베이터를 먼저 타는 것은 그런 조건반사 같은 것일까.


또,

대부분 전화를 하면 지금 갑니다. 같은 말을 한다. 지금 간다는 말은 거기서 지금 출발한다는 말이지 지금 여기에 도착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래서 도착은 언제 하냐고 물으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도대체 한 시간이나 걸리는데 지금 간다고 하면 이게 맞는 말일까. 이런 문제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반드시 도착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같은 질문을 해야 제대로 된 답을 얻는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지금 간다는 말을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출발하는 사람은 그저 지금 간다, 지금 도착한다는 의미로 말을 한다.


너는 제대로 하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일상에서 자주 부딪히는 부분이라 불편한 건 불편한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매일 타지 않는 사람은 내리기 전에 먼저 올라타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고, 매일 지금 간다는 말을 사람에게서 들을 필요가 없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이런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문제라는 건 늘 어디에나, 도처에 널려 있다. 아차 싶으면 그 문제가 나의 눈앞에 전봇대처럼 우뚝 서 있다. 발로 걷어차기도 힘들고 잡고 분질러 버리기도 힘들다. 그저 내가 피해 가야 한다.


나도 그렇지만 사람은 자기 위주로 생각을 하고 말을 하는 것 같다. 인사를 하고 지내는 할머니 한 분도 늘 그런다. 겉으로는 예, 예 하면서 들어주지만 들어보면 온통 자식욕이나 주위 사람들 욕뿐이다. 할머니 주위 사람들은 만나본 적이 없고 오직 내가 아는 사람이 그 할머니라 맞습니다! 라며 맞장구를 쳐주지만 욕을 듣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귀가 간질간질해서 후벼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보통 나이가 들면 고집이 드세 진다는데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말을 잘하지 않는 나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듣기에 쓸모없는 말이면 대화를 잘하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사 쓸모없는 말이 어디 있나. 같은 말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저 내가 듣기에 이게 뭐야? 이거 너무 쓸모없잖아.라는 생각이 들면 잘 이야기를 안 한다. 그러다 보면 오해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런 오해는 일 년에 한 번도 생기지 않기에 그저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이야기나 하루키 이야기를 할 때에는 많은 말을 한다. 내가 생각해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을 많이 한다.


며칠 전에도 라우드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머틀리 크루의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러다가 영화 더 더트에 대한 이야기부터 팸 앤 토미의 이야기까지 하다 보니 한 시간 반을 그렇게 떠들고 있었다. 라우드니스는 정말 대단한 밴드다. 일본 내에서 활동이 좁다고 느껴 미국으로 가서 미국을 씹어 먹었다. 세계 3 대장 기타리스트에 잉위 맘스틴과 더불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 접고.


인간은 어째서 먹어야만 하는 걸까.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자주 한다. 먹는 행위는 별론데 맛있는 음식이 도처에 지뢰처럼 많아서 먹지 않을 수가 없다. 배부르게 안 먹기는 너무 힘들다. 식당에서 한 그릇이 나와서 먹고 나면 배가 부르다. 나는 배가 부른 포만감을 싫어하는데 음식은 포만감을 느끼게 할 만큼 맛있어서 끊임없이 위장으로 넣어주게 만든다.


어제는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늘 장사를 하는 마라탕 가게에 여중생이 혼자 앉아서 마라탕을 먹고 있었다. 중학생이 혼자 먹는 게 뭐 어때!라고 하겠지만 보통 여중생 여고생은 혼자서는 식당에서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라탕 집에서 홀로 마라탕을 먹는 걸 보면 이 거부할 수 없는 마라탕의 유혹이 굉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나저나 여중생은 밤 9시쯤 마라탕 집에서 왜 홀로 먹을까. 근처 학원이나 스카에서 공부를 하다가 아, 나 마라탕이 먹고 싶어! 해서 나와서 먹는 걸까. 아니면 저녁을 친구와 같이 먹기로 했는데 친구가 일이 있어서 약속이 깨져버렸지만 나 혼자서라도 마라탕을 먹을 테야.라고 했을까. 보통은 혼자서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은 휴대폰도 보면서 여유롭게 먹지만 여중생은 마치 국밥 집의 홀로 온 아저씨들처럼 전투적으로 마라탕을 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지나쳐왔다. 마라탕은 한 번 먹어 봤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나는 찾아서 먹게 되지는 않았다. 내가 마라탕 집에서 먹어 보니, 마라탕의 장점이라면 맛도 맛이겠지만 친구들과 우르르 가서 자기 먹고 싶은 것들을 담아서 테이블에 앉아서 깔깔깔 떠들면서 먹는 맛도 있는 것 같았다. 여고 앞 분식집의 떡볶이와 김밥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렇게 모여 앉아서 먹는 맛이 있다. 그런 맛은 기억보다는 추억을 만든다. 시간이 지나 비슷한 음식을 먹으면 그때 그런 대화를 우리가 했었지!!! 하며 즐거워하게 된다. 아마 그렇게 신나게 먹는 음식이 소화도 잘 되고 혼자서 먹는 마라탕보다는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버터에 구운 전복을 파는 곳이 없기 때문에 전복버터구이는 집에서 간단하게 해 먹는다. 먹으며 뉴스 기사를 보니 요 며칠은 봉골레 하나의 주인공 이선균과 펜싱국가대표였던 남현희의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이선균에 대한 이야기는 일주일 내내 쏟아져서 뭐 그렇고, 남현희는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자신의 사랑을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오늘은 디스패치에 의해 사기 전과까지 전부 밝혀졌다. 그럼에도 남현희는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으며 그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 믿고 있다고 개인계정을 통해서 말을 하고 있다. 이렇게 다 알게 될 텐데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남현희는 선물로 받은 벤틀리를 자랑하면서 행복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그냥 일반 대중에게 이렇게 빨리, 나 지금 너무 행복하단 말이야,라고 자랑하려고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아마 누군가에게 나는 너와는 다르게 지금 너무 큰 행복으로 좋아 죽을 지경이야 라고 밝히고 싶었고, 빨리 알리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에 대한 사랑보다는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 불러오는 행동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이럴 때 오은영 박사를 불러야 하는데 오은영은 언제나 많은 말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막혔던 이태원참사 다큐영화 ‘크러쉬’ 예고편이 열렸다. 예고편을 볼 수 있는 곳은 아이엠피터의 유튜브다. 이 영화는 파라마운트에서 만들었고 그 당시 사람들이 녹화한 휴대전화 영상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한동안 한국 유튜브에서는 이 예고편을 볼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만들지 못하고 미국에서 만든 이태원참사의 다큐멘터리 영화.



이태원 참사 다큐멘터리 '크러쉬'(Crush) 예고편 https://youtu.be/qtZ45h4-Nzk?si=JQk3goEcyi4ud0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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