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5

100

by 교관


100.


마동은 고객의 뇌파를 채집하여 디자인의 제1작업을 하는 직원처럼(돈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꿈을 리모델링하는 것에 책임을 다 하는 회사의 직원들) 꿈의 리모델링 크기와 돈의 액수에는 상관하지 않았다(이렇듯 저렇듯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니까). 마동의 경건한 예식 같은 작업방식은 클라이언트들에게 물수제비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꿈의 크기와 액수에 잣대를 들이대는 신생업체와는 다르다는 소문이 점점 번져가서 꿈의 리모델링을 원하는 고객들은 마동이 일하는 회사로 의뢰를 하고 마동을 찾았다. 그들이 보기에는 이 회사의 고마동이라는 직원은 믿음과 신뢰를 충족시키는 작업자로 인식이 되어있었다.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고 일정한 의례가 통과되면 진심을 다해 리모델링을 해서 다시 돌려주거나 리세일을 해 주었다. 마동이 작업한 리모델링된 꿈은 클라이언트의 만족을 얻어냈으며 꿈을 잃어버린 자들의 ‘행복론’이라든가 ‘복합성’을 만족시켜 주기 시작했다. 서비스업종은 어떻든 고객들이 바라는 바를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불만족은 있을 수 없으며 이 정도면, 조금, 약간이라는 의미를 ‘만족’이라는 표면에 덧 입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번 작업은 첫날의 작업 치고는 광범위하고 대단한 결과였고 방대한 계획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서 발표되었다. 보통 오늘의 프레젠테이션은 대략적인 레이어를 잡아두는 것에 불과했고 클라이언트도 그것에 동의를 했다. 하지만 마동은 전날 밤 달리면서 머릿속에 만들어 놓은 작업분량을 노트북으로 옮겨와 새벽까지 작업을 했다. 그 작업 본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반론이나 방향제시를 하지 못했고 그저 입을 다물고 마동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을 수밖에 없었고 클라이언트도 만족을 하며 회사에서 나갔다.


마동은 책상에 앉아서 어젯밤에 자신의 몸에, 자신의 의식에 또 다른 자아가 들어와서, 아니! 또 다른 자아가 깨어나서 프로그램 모듈화 작업을 한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또 다른 마동은 초자연적인 모습이었고 평소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난 형태였다. 그 모습은 의체 속에 투명한 불순물처럼 마동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고요하고 조용하게 마동의 몸속에 숨어 들어와 있다가 각성으로 깨어나 현실의 마동이 해야 할 작업까지 해 버린 것이다. 또 다른 마동은 리모델링 수준이 실체의 자신보다 월등했으며 극에 달해 있었고 진실의 마동은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작업과정을 힘없이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다.


그 분위기에는 억압도 있었고 분노를 억누르는 기운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아 보이는 또 다른 마동의 모습이었다. 마동의 초자아는 쉬지도 않고 바쁘고 명쾌하고 완벽주의자처럼 막힘없이 힘 있게 노트북을 두드렸고 중간도 없이 그대로 끝까지 치달았다. 프레젠테이션의 결과는 마동 안의 또 다른 마동, 초자아가 한 것이다.


각성으로 깨어난 나.


각성은 분명하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만나고 나서였다. 자신 속의 또 다른 자신이 깨어나서 작업을 해 버린 것이라고. 마동에게 그것은 누구에게도 꺼낼 수 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내가 가고 있는 끝에는 무엇이 있고 그 무엇은 어떠한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일까.


마동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투사해 보기 시작했다. 신체적 변이가 몰고 온 어떠한 감정변이도 일정 부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때 가슴골이 깊고 매력적인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더불어 동통이 느껴지며 아랫도리가 반응을 보이려 했다.


맙소사.


[계속]

이전 11화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