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Apr 22. 2024

나쁜 사람 3

소설


3.


이상한 일이었지. 평소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경비 아저씨의 모습과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으니까. 그 뒤로 경비 아저씨가 에어컨을 꺼버리는 것을 멈추었냐고 하면 그렇지 않았다는 거야. 로비 천장에는 두 대의 에어컨이 달려 있거든, 근데 경비 아저씨가 늘 그 시간에 올라와서 두 대 중에 한 대를 꺼버리는 거야. 5시가 좀 넘으면 와서 한 대를 꺼버렸어. 상가 번영회와 무관하게 경비 아저씨의 독단적인 행동이었지. 너무나 이상한 일이었어.


8월의 첫째 주. 너무나 무더운 날이었어. 뉴스에서는 폭염 때문에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있으니 야외 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방송을 수시로 했지. 그날 경비 아저씨는 표정 없는 얼굴로 올라와서 에어컨을 껐어. 오후 5시가 좀 넘어서 말이야. 그때 나는 참지 못하고 경비 아저씨에게 한 마디 했지.


그저 일이니까 한다, 시키니까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나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사람이 폭염에 허덕히던지 말던지 그건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나는 그저 일을 할 뿐이다, 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하는 아저씨가 제일 나쁜 사람이다,라고 말이야.


경비 아저씨는 마치 악의 평범성을 바로는 느낌이었지. 이웃집의 마음씨 좋은 얼굴을 한 아저씨가 바로 악이 되는 거야. 악이란 그런 거거든. 이렇게 회장에게 잘 보인다고 해서 월급이 더 오르는 것도 아니며 그에 따른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자신을 선택해 준 대가리에 충성하느라 그 착한 얼굴을 한 채 이런 행동을 하는 아저씨가 제일 나쁜 사람 같았지.


그때 경비 아저씨의 얼굴은 그간 보지 못했던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어. 끝까지 무표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거야. 계단을 내려가면서 입모양이 움직였는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혼잣말로 하더라고. 경비 아저씨는 주말에만 일하는 주말 경비 아저씨에 비해 상가 번영회 회장에게 충성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지. 상가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이 발생하면 더 부풀려서 회장에게 일러바치는 거였어. 그것 때문에 상가 사람들과 회장 사이에서 언성을 높이는 일들이 있었어.


주중의 경비 아저씨는 좀비와 다를 바 없어 보였어. 오직 의지 하나만 가지고 목적을 향해 앞으로만 가는 좀비 말이야. 생각도 하지 않고 말도 하지 않아, 그저 앞으로만 가는 거야. 그랬던 경비 아저씨가 회장에게 무섭도록 혼나는 장면도 목격을 한 적이 있어. 그럴 때 경비 아저씨는 마치 학생처럼 안절부절이었지. 이 모습 역시 평소에 전혀 볼 수 없는 모습이었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회장 눈밖에 나서 잘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같은 얼굴이었어. 상가 사람들과 거센 충돌을 겪은 뒤 경비 아저씨는 에어컨을 그제야 가만 두었지. 하지만 그땐 이미 폭염과 여름이 다 지나가고 있었어. 경비 아저씨는 요즘도 여전히 같은 시간에 순찰을 돌고 상가 사람들과 인사를 해. 그러나 분위기는 예전과 달라졌지.


그런데 말이야, 이 경비 아저씨보다 더 한 사람이 누구냐 하면 바로 상가 번영회 회장이야. 욕망의 화신이라고 불리지. 지금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해.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나쁜 사람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