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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10. 2024

인간 실격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로 시작하는 인간실격은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인기였고 인기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학적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건 사랑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대단한 것 같다.


나는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 보다는 피츠 제럴드의 일대기가 더 흥미롭고, 호밀밭의 파수꾼의 샐린저의 일생이 홀든 녀석보다 재미있고, 인간실격의 요조보다 다자이 오사무의 일생이 훨씬 흥미로웠다.


인간의 자격을 잃은 남자가 7년 전에 쓰고 싶었다는 소설이 쓰이게 되는데 바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었다. 오사무의 사랑은 파괴였을지도 모른다. 내 것이 있지만 더 아름다운 것을 가져야 한다, 낡은 사상을 끄트머리부터 주저 없이 파괴해 가는 거침없는 영기에 놀라서 파괴 사상을 사랑하고, 그렇게 사랑을 갈취하는 거다.


파괴는 불쌍하고 슬퍼서 아름다운 거야.


몸이 끝없이 추락하여 객혈하는 가운데에서도 인간실격의 탄생에 결정적 도움을 준 여인이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함께 자살을 한다. 도미에는 주위의 어떤 날카로운 시선에도 그를 놓칠 수 없어서 오사무를 끌어안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직전까지 일기를 썼다. 그 일기가 다자이 오사무를 연구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금각사로 유명한 미시마 유키오가 찾아와서 오사무에게 당신의 소설은 죽음을 쓴 연약한 소설일 뿐이오! 라며 오사무의 문학을 폄훼했었다. 그때 오사무는 너도 나를 찾아온 걸 보면 나의 글이 좋아서 온 것이라며 응수했다




우리나라의 문인들에 대한 일화도 있다. 시인 이상과 소설가 김유정에 관한 일화다. 두 사람은 실은 참 어울리지 않는데 구인회 소속으로 잘 어울렸다.


이상 시인은 모던 보이에 투사 같은 면모를, 그에 반해 김유정 소설가는 유약하고 여린 감성을 지녔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었다.


몹시 가난한 데다 하는 일마다 풀리지 않았다. 허무와 초현실의 이상의 글과, 해학과 풍자로 가득한 김유정의 글로 보아서 두 사람은 글로써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이상은 [희유의 투사, 김유정]을 쓰면서 김유정을 기분 좋게 표현했다.


1936년 가을에 이상이 정릉의 한 암자에서 요양을 하던 김유정을 찾아갔다. 이상은 일본으로 떠나기 전에 김유정을 찾았는데, 아주 말라버린 김유정을 보며 이상이 물었다.


이상: 김 형, 각혈은 여전하십니까?

김유정: 그날이 그날 같습니다

이상: 신념을 빼앗긴 것은 건강이 없어진 것처럼 죽음의 꼬임을 받기 쉽더군요

김유정: 김 형! 김 형!(이상의 본명은 김해경)은 오늘에야 건강을 빼앗기셨습니까? 인제, 겨우 오늘에야 말입니까?

그러자 이상은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나 김유정에게 제안을 한다.

이상: 김 형! 김 형만 괜찮다면, 저는 오늘 밤으로 치러버릴 작정입니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던 동반자살을 제안했던 것이다. 하지만 김유정은 그 제안을 거절한다. 자신은 내년에도 소설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상은 내일 동경으로 떠난다고 하고 김유정은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한 것이 두 사람의 마지막 대화였다.


내년에도 소설을 쓰겠다던 김유정은 돈이 없어 잘 먹지도 못한 채 삶을 마감하고 만다. 그해가 1937년 3월 29일. 그리고 이십여 일 후인 4월 17일에 도쿄의 길을 걷던 중 김해경(이상 시인)은 사망한다.


낯선무화과의 파도에게 https://youtu.be/YPU0ndJVP-A?si=MVUMHfINx8pkDWZY

낯선 무화과NOTSUN MUHWAGWA


너에게만은 파도가 아닌  바다이고 싶다고 말해줄 시간이 다시 올까

라는 가사가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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