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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13. 2024

조깅하기 좋은 유월

딱 좋아


한때 이온음료가 강세를 보인 적이 있었다. 포카리스웨트를 시작으로 게토레이 같은 이온음료가 흡수가 물보다 좋고 운동 후에 마셔야 된다는 광고의 프로파간다에 넘어가서 조금만 운동을 하고 난 다음에 너도나도 게토레이, 포카리스웨트를 마셨다. 이온음료는 묘하게도 시원하게 마셔야지 냉장이 되지 않고 상온에서 보관된 이온음료는 맛도 없다. 개인적으로 폭염이 심한 날에 조깅을 하고 난 후에는 물을 마실 때 시원한 물보다는 그냥 상온에서 보관된 물을 마신다. 그게 더 맛있고 갈증 해소가 더 잘 된다. 나는 그렇다.


여하튼 이온음료는 요즘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여름에 운동 후에는 사람들이 많이 마신다. 그런데 흡수가 너무 빨라서 이게 득이 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전에 과일과 채소를 갈아서 주스로 마시면 흡수도 잘 되고, 영양을 듬뿍 섭취했다는 뿌듯함에 자주 그렇게 마시는 사람이 있는데 흡수가 빠르다는 게 좋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흡수가 빠르다는 건 아무래도 혈당을 치솟게 만들 수도 있다. 일명 혈당스파이크를 만든다.


채소나 과일에 들어있는 당은 다른 당류보다는 괜찮을 텐데 굳이 흡수가 빠른 주스로 갈아서 마셔서 득 보다 실이 더 많을 수가 있다. 과일이나 채소는 그냥 입으로 아작아작 씹어 먹어서 천천히 소화시켜 흡수시키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싶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렇다.


흡수가 잘 되는 이 이온음료를 운동 후에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데 그냥 물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이온음료의 그 맛 때문에 어쩌면 땀을 흘린 다음 이온음료를 찾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온음료가 필요한 사람은 전문 선수들이다. 요컨대 농구선수들은 한 쿼터 뛰고 나면 몸에 흐른 땀이 신발 에어 구멍으로 나올 정도로 엄청난 운동량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온음료가 필요하다.


조깅 한두 시간 달렸다고 해서 굳이 이온음료를 체내에 넣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조깅하면 살이 많이 빠지는 것처럼 느끼지만 그건 그냥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다. 100미터 전력질주 하듯 한 시간 정도 미친 듯이 달려야 800칼로리 정도 빠지는데 이건 대부분 수분이기에 물 한 컵 마시면 끝이다. 조깅을 즐기는 사람 중에 누가 한 시간 넘게 전속력으로 달릴 까. 그러니 운동 후에 이온음료를 꼭 고집할 필요가 없다. 광고를 보면 운동 후에 이온음료가 마치 한국인은 밥 먹을 때 국이야, 같은 프로파간다의 한 부분이다.


요즘 저녁에 조깅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다. 무더위가 코 앞까지 왔지만 아직은 저녁에는 선선한 바람이 분다. 대기층도 아직 더위에 잠식되지 않아서 아주 맑고 시야에 들어오는 색감도 좋다. 5월까지는 나오지 않던 사람들이 유월이 되니 많이도 나와서 운동을 즐기고 있다. 운동을 나처럼 죽어라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즐기는 모습들이다. 어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조깅코스로 나와서 사람들을 피해서 달려야 했다.


반환점을 돌아서 올 때가 되어서야 나는 술렁술렁 걸으며 살살 뛰어서 온다. 오는 도중에는 전통시장을 지나서 온다. 예전과는 다르게 저녁 8시가 되면 거의 대부분 철수를 한다. 문을 닫은 한 식당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봤다. 이 녀석은 늘 이 식당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먹는 녀석이다. 항상 식당 문 앞에서 손님들이 먹고 남은 걸 던져주나 하며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일찍 문을 닫았는지 저기에 올라가서 지나가는 나를 구경하고 있다. 불러도 무시한다. 개 무시.


그리고 다운타운 안으로 돌아오는데 사람들이 스트리트 예술을 전시하고 있었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공간 예술을 하고 있었다. 개개인의 취향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어떤 놈은 편의점에서 파는 음료를, 어떤 새끼는 로컬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고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 액체 같은 음료나 물이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특고압 전력케이블이 매설되었다는 표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목숨을 걸면서까지 작품 활동에 모두가 한 마음이었다. 시시티브이가 녹화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작품 활동한 사람들 중에 한 사람에게 금융치료라고 할 수 있는 선물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선물을 받는 사람은 얼마나 놀랄까. 당신은 예술 작품 활동을 가장 멋지게 하였기에 선물을 드립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무엇일까.



오늘의 선곡은 몽환적인 그룹 더 폴스의 그렇게, 다시 https://youtu.be/4L0lylBK8gE?si=hI9T4Wh2F7BEsI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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