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조깅코스로 접어들기 전에 늘 횟집 앞의 길고양이 양추(라고 이름을 지었다) 녀석의 모습을 본다. 마음씨 좋은 횟집 주인이 먹으라고 놓은 사료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손님들이 먹다 남은 생선이 오기를 졸면서 기다리는 양추 녀석의 모습은 늘 만화 속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양추 녀석을 눈도장 찍고 도로를 건너 우회전하면 강변 조깅코스의 입구가 나온다.
아직 밤에는 쌀쌀하고 차가운 날이다. 이런 날이지만 강변을 달리는 것에는 하루키의 말대로 정경의 매력이 있다. 바람이 한 차례 몰아치면 책장을 넘기듯 강변의 물결은 숨을 쉰다. 그 위에 떠 있듯 숨죽여 잠을 자던 오리들도 오선지의 음표처럼 물결친다. 그런 흐름을 눈으로, 촉감으로 느끼고 있으면 실감이라는 것에 좀 다가서는 기분이다.
매일 지나치는 강변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아채지 못하는 변화가 있고 그 속에는 계절이라는 두터운 옷이 강과 풀과 바람과 그 사이에 생존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조금씩 다르게 만든다. 컴퓨터 회로의 동작처럼 자연은 때가 되면 전등의 불빛을 갈아치우고 나는 자연 속에 하나의 존속으로 존재돼(어지)고 있다는 것을 또 한번 실감하게 된다.
겨울과 봄 사이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모든 것을 차갑게 만들고 얼어붙게 하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생명의 태동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사람들과 고양이들 모두가 밤 추위를 피해 몸을 말고 있고 다른 계절에는 볼 수 없는 하얀 연기가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 서 있는 바로 지금이 아름다운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