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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7. 2020

길고양이 여러분 힘내십시오

동물 에세이

길고양이 여러분 힘내십시오.


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도 도로에 납작하게 눌려 흔적이 사라져 간 고양이를 지나쳤다. 여기 어촌에는 긴 해안도로가 있어서 그곳으로 매일 지나치는데 일주일에 2, 3일 정도는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를 본다. 고양이들은 로드킬을 당하고는 하루가 지나면 그 잔재가 물에 불은 신문지처럼 변해 있어서 더 안타깝다가 자동차들의 바퀴에 낱낱이 몸이 분산되어 며칠만 지나면 도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고양이 사체의 흔적은 없어지고 만다.

불쌍하게 죽은 고양이들도 안타깝지만, 고양이를 밟고 지나친 자동차의 운전자도 며칠 동안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것이다. 고양이들은 어째서 이렇게 압도적으로 로드킬을 당하는 것일까.

고양이의 로드킬이 압도적인 이유에는 그 개체 수가 많다는 데 있고, 또 고양이는 지나치는 불빛을 보면 자신이 그 불빛보다 빠르게 움직인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전에 로드 킬을 당한 고양이를 보면서 지나치면 고양이 입장이나 자동차 주인의 입장이나 모두 위로를 해주고 싶다.

그런데 고양이의 로드 킬이 많은 이유가 만약 자살에 있다면 어떨까. 인문학자 마르탱 모네스티에의 자살에 대한 책자 '자살 백과'의 420페이지에는 어이없지만 고양이의 자살을 다뤘다.

프랑스 바닷가의 어부 집에서 공생을 하던 암고양이의 자살에 대한 이야기다. 다리를 저는 암고양이는 자신이 처지를 비관하고 주인을 따라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나갈 때 배에 따라갔는데, 물에 빠져 죽는 걸 주인이 건져서 수건으로 물을 닦아내고 볕이 드는 옆에서 털을 말리게 두었더니 다시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해안도로의 죽은 고양이들도 빛보다 빠르게 지나가려고 했다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았을까.

집도 없군, 집사도 주인도 없군. 사랑하는 그녀도 주인이 있는 코모 녀석에게 가버려 사랑을 잃은 카오루 녀석은 담벼락 위에서 밤새 생각했을 것이다.

담벼락 위에 간간이 올라오던 참치 캔도 이젠 올라오지 않는다. 고양이들도 많아져서 예전 같은 질서가 무너졌다. 배는 곯아서 갈비뼈가 드러나고, 털빛은 퇴색되었다.

게다가 다리까지 다쳐서 작은 고양이들에게도 카오루는 이기지 못했다. 그런 자신을 비관하던 가운데 타이어 공장에서 올라오는 도료 냄새에 취해, 지나가는 자동차에 몸을 던진 걸 생각하니 안타깝다.

고양이 여러분 비단 당신들만 힘든 게 아닙니다.

어촌에 있는 길고양이 여러분,

아니 전국의 길고양이 여러분 기운 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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