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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8. 2020

양미리 구이

음식 에세이

양미리는 조려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고 구우려면 직화구이로 구워야 맛있다고 한다. 나의 입맛을 이상하다고 주위에서 말하는데 큰 이유는 내 입맛은 비린 맛을 좋아하는 쪽으로 발달되어 있다. 생선에는 비린내가 좀 나야 더 맛있는 것 같고, 돼지국밥 역시 시장 통의 꼬릿 한 비린맛이 나는 게 훨씬 맛있는 거 같다.


양미리를 조리거나 직화로 구우면 비린내가 싹 달아나 버려서 비린 맛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프라이팬에 구워서 식히면 양미리의 씹히는 그 맛과 함께 약간 비린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구워서 식혀두면 비린내 때문에 아무도 먹지 않아서 나 혼자 다 먹을 수 있다.


양미리는 까나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겨울이 제철이며 값이 싸고 맛 또한 겨울에 좋다. 양미리의 생김새는 까나리뿐만 아니라 과메기 하고도 비슷하다.


과메기는 오래전에 포항에서 청어로 만들었지만 한반도에서 어느 날 청어는 예전만큼 많이 잡히지 않아 언젠가부터 과메기는 꽁치로 만들어 먹게 되었다가 몇 해 전부터 다시 청어가 포항 앞바다를 가득 채워서 청어로 된 과메기를 먹을 수 있다.


청어나 꽁치나 기름이 많아서 과메기를 먹고 나면 입술이 반지르르 해진다. 청어가 잡히지 않았을 때 박찬일 요리사의 책에서 과메기에 대한 챕터에 ‘고단한 아주머니들의 호객하는 손짓만 요란할 뿐’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청어가 잡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포항에 가면 사람들은 청어를 과메기로 말린 것을 사 먹지만 본토 사람들은 장작에 청어를 구워 먹었다고 한다. 겨울에 차가운 포구에 앉아서 후후 불어 장작에 구워 먹는 청어의 맛은 어떤 맛일까.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블로그에는 과메기의 어원에 대해서 잘 설명해 놨다.


과메기의 어원이 관목(貫目)이라고 말한다. 조선시대 이규경(1788~?)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算稿)》 청어 편에 이 이름을 남겨두었다. 이 관목을 경상도 사람들이 과메기라는 사투리로 만들어 불러 번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貫目은 한자 풀이를 하면   ‘눈을 꿰다’ ‘눈을 뚫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관목이 ‘눈을 꿰어 말린 청어’였다는 말도 번졌다. 청어든 꽁치든 눈을 꿰어 말리는 장면을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음식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어 보이는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도 아직 눈을 꿰어 말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랬더니 누군가 댓글에  http://livenjoy.tistory.com/261  이 주소로 링크를 걸어 두었는데 따라 들어가 보니 청어로 만들어진 과메기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했다.


그리고 청어의 눈을 꿰어 말리는 사진도 있다. 별 것 아니지만 몹시 신기하다면 신기하다. 주위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니까. 청어는 기름이 많은 물고기라서 일제시대에는 청어를 잡아도 먹지는 못했다고 한다. 청어 기름을 굳히면 고무처럼 단단해지기 때문에 군수물자로 신발 밑창이나 타이어 재료로 쓰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윗대 윗대 조상들은 말려서 먹기 시작했다. 지혜다.


해방 후 청어를 많이 먹다가 1980년대 이후 동해바다에서 청어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해서 과메기도 꽁치로 대신 만들기 시작했는데, 2007년 이래로 청어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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