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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06. 2025

이만희 감독의 휴일

고전영화

휴일은 이만희 감독의 영화로 일요일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다. 그 속에는 당시에도 내몰리는 청춘들의 보이지 않는 휴일의 끝없는 결락과 우울 그리고 불안을 소설처럼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68년에 만들어진 영환데 프랑스 누벨바그만큼 모호하고 비극적이며 우울하다. 그리하여 당시에 상영 금지처분을 받았다.


영화는 어둠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하다가 2000년대에 극장에서 상영하게 된다.


서울의 복잡하고 문명의 건물들이 빼곡한 곳에서 돈이 없어 갈 곳 없는 주인공과 여주인공이 갈 곳이라곤 남산도서관 뒤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공원이나 육교 같은 곳뿐이다.


돈이 없는 허욱은 지연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빌린다. 감독은 장면들의 화면 전환, 콘트라스트가 강한 흑백과 신시사이저의 기괴한 배경음악으로 허욱의 우울의 극치를 표현한다.


미래는 보이지 않고 눈을 감으면 보이는 세계가 미래인 허욱. 일요일이란 오전에는 빨리 지나갔으면 하지만 밤이 올수록 초조해지는 이상한 날이다.


일요일마다 자연을 만나는 허욱은 일요일이 너무 기다려지지만 일요일이 오는 게 싫다. 빈털털이라 지연을 다방에도 데리고 갈 수 없다.


허욱이 돈을 빌리는 동안 모래바람을 맞으며 허욱만을 기다리는 지연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보여주는데 묘하게 우울하고 아주 불안하다.


허욱이 한달음에 달려 병원으로 지연의 수술 결과를 보러 오지만 결국 눈을 뜨지 못한 지연. 허욱은 휴일이면 축축한 추억만을 잔뜩 끌어안고 암울하고 외롭게 보낸다.


감독은 지연과 행복했던 지난날을 보내는 추억을 편집하며 보여준다. 추억이 가득한 서울의 이곳저곳을 허욱은 미친 듯이 떠돈다.


전철을 타지만 목적지가 없는 허욱. 추억 속 지연의 아름다운 미소가 나오며 영화는 끝난다.


만추와 여로 같은 영화로 유명한 이만희 감독의 영화들은 60년대지만 인간을 담고 있어서 재미있다. 아주 짧게 살다가 고인이 되었지만 영화는 꽤 많이 만들었다. 하지만 다 볼 수가 없다.


짧게 살다 고인이 된 천재 감독 중에는 대부의 프란시스코폴라 감독과 같이 영화 공부를 한 하길종 감독이 있는데 바보들의 행진이 유명하다. 여러 번 봐도 재미있다.


이만희 감독은 이혜영의 아버지고, 하길종 감독의 동생이 고교얄개에서 정윤희의 남편으로 나온 하명중으로 지금도 활동 중이다.


오래됐지만 이런 감독들의 영화를 보는 건 꽤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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