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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17. 2020

이퀴벌런트

사진 이야기

가끔 고개를 꺾어 하늘을 보면 구름이 너무 예쁘고 좋아서 휴대전화를 꺼내서 찍기도 한다. 구름을 담아 놓은 사진을 보면 이상하게도, 당연하게도 같은 모양의 구름은 없다. 어떻게 구름은 매일매일 전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근대 사진가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티글리츠의 연작 시리즈 중에 이퀴벌런트가 있다. 30년대에 구름을 찍어놓은 사진들이다. 스티글리츠가 말년에 작업했던 이퀴벌런트 시리즈는 인간의 힘으로는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구름을 소재로 해서 사진의 사상이나 열망, 평안, 공포와 같은 정서를 표현하고자 했다.



구름 속 이면에 담겨있는 인간의 자화상을 사진으로 말하고자 한 것처럼 보인다. 인간의 마음도 구름처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어떤 철학가적인 사진가는 글로서 표현하기 힘든 사상과 감정을 구름을 통해서 나타내려고 했고, 그 속에는 인간 내면의 윤회론적인 고찰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했다. 그런 개연성으로 담아내기에는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지만 구름을 담는 데에는 그렇게까지 철학적일 필요는 없다.


스티글리츠는 조지아 오키프의 남편이기도 하다. 선생과 학생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여성편력이 심했던 스티글리츠는 오키프를 만날 당시에도 유부남이었다. 오키프가 암으로 투병을 하는 와중에도 스티글리츠는 여자를 만나고 있었다. 어쩌면 오키프의 미술 세계가 깊고 넓어질 수 있었던 계기가 스티글리츠에게 독한 마음을 먹은 후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스티글리츠는 과도하게 사진 역사에 대해서 평가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비가 오거나 어둡지 않은 이상 하늘에 구름은 늘 떠 있다. 그리고 모습은 늘 다르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름을 담을 수 있다. 만약 같은 구름의 모습을 담는 다면 아주 신기한 일 중에 하나일 것이다.













폰만 있으면 매일매일 구름을 담을 수 있다.

우리 모두 이퀴벌런트를 담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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