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
사진의 거장이라 불리는 로베로 두아노는 ‘시청 앞에서의 키스’로 아주 유명한 사진작가다. 로베르 두아노의 특징이라면 평범한 일상인데 그가 사진으로 담으면 아주 특별해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진가로서는 일종의 능력, 최고의 재능이다.
로베르 두아노는 피카소의 친구다. 일명 절친이다. 피카소를 담은 사진 역시 평범하지 않고 유머스럽다. 피카소도 평범에서 벗어났고 두아노 역시 그렇다. 평범하지 않는 비범한 미술가와 사진가,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나온다.
2000년도 초반에 한국에서 두아노의 전시회를 했을 때에는 하루에 10만 씩 다녀갔다고 한다. 2020년 올해도 두아노의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린 것 같다. 그럼 점에서 서울은 동경의 도시다.
20세기 최고의 사진이라 불리는 그의 사진 ‘시청 앞에서의 키스’를 이야기해보자. 두아노는 원래 저널리스트 사진작가로 대중 화보 잡지의 사진을 라이프지에 기고하기 위해서 회사의 청을 받고 ‘시청 앞에서의 키스’를 담았다. 사진은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깃거리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저 사진을 본 대중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반해버렸다. 마치 나의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꿈을 찾았다고 느낄 만큼 충격과 환희의 사진이었다. ‘시청 앞에서의 키스’는 지금까지 유명한 수많은 사진 중에서 사랑의 표현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손꼽히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진으로 꼽힌다.
그러다 이 사진은 연출이라고 두아노는 털어놓았고 사람들은 실망했다. 사람들은 잡지사와 두아노에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정작 두아노는 그게 뭐? 같은 생각이었다. 연출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이상하다는 말인가. 반드시 감동은 자연스러움만이 가능한가? 영화는 전부 연출인데 감동을 준다. 연출일 땐 연출이라 밝히면 그만이다. 그 뒤의 느낌은 개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다.
사진 속 주인공 남녀의 키스하는 모습 이외에 여자(지금은 77세의 할머니가 되어버린 프랑수아즈 보르네) 손의 위치라든가, 약간 기울어진 두 사람의 자세, 지나치는 동적인 사람들의 모습들이 지나치게 자연스럽다. 너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프로 불편러들은 자연스러운 것도 ‘지나치면’ 불편하다.
이 사진은 두아노가 당시 연극을 전공하던 두 남녀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시청 앞에서 연출을 시켰다. 당시에는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 모든 것이 묻혔고 좋은 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연출이라도 좋은 사진으로 남은 지금 이전의 역사적인 사진들은 많다.
요컨대 유진 스미스의 사진 중에서도 전시에 포탄이 터지는 사진이 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군인들에게 다시 포탄을 터지게 해서 촬영한 것으로 유명한 사진도 있다.
‘시청 앞에서의 키스’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외국에서는 초상권에 대한 문제가 민감한데 이 사진이 유명해지고 나서 사진 속의 인물이 자기 자신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돈을 달라고 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 사람들이 줄을 섰을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더 웃지 못할 일은 실제 주인공 프랑스와즈 보르네 할머니도 줄을 섰다고 한다. 두아노는 이미 잡지에 투고할 때 연출된 사진이라고 말을 했지만 대중은 벌써 저만큼 앞서 나가 있었던 것이다.
연출을 해서 사진을 담아보자.
그것이 그렇게 자연스럽지 못하지도 않고 사진 속에 스토리를 집어넣는다면 감동까지 불러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