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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05. 2024

겨울불빛


조깅을 하다 마주하는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은 사람을 멈추게 한다. 매년 보게 되는 이 빛들은 어쩐지 반갑지 만은 않다. 꼭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서 밥을 먹어야 하는 껄끄러움이 있다.


그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형형색색의 빛을 보고 있으면 여지없이 그 빛들은 나를 향해 지금 만족하느냐, 지금 행복하느냐, 그 정도면 괜찮은 거냐, 라고 조금은 강압적으로 말을 한다.


빛나는 크리스마스 불빛들은 어느새 괴물이 되어 모든 건 너 때문이야, 라고 말을 한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어서 도망치고 싶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불빛은 좀 더 무서운 얼굴을 한 채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우주의 점보다 못한 존재로 넓은 하늘을 노래하고 모든 이들의 행복을 바라며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지질하고 소심하게 내 감정의 변이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대심한 사람은 여러 사람을 이롭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나처럼 소심한 사람은 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한다.


박준의 시에 보면 끌어안고 죽고 싶을 문장이 있는데 그 문장은 곧 사람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무서운 얼굴을 한 불빛에게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큰 소리로 대답할 날이 올까.


그런날이 온다면 나의 겨울은 그 어느때보다 따뜻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숨비 - 열여덟의 겨울 https://youtu.be/N4qoasM8-QM?si=DStHA7M33LmPWa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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