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남편이 공장에서 일하다 그라인더에 발이 잘려 나갔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슬픈 일은 주위에 항상 매복하고 있다가 여지가 보이면 나타나는 것 같다.
문득 나의 첫 슬픔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3학년인가,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짝지가 어느 날 내 앞뒤에 앉은 아이들과만 놀았다. 즐겁게 놀다가도 내가 가면 고개를 돌리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저 멀리 가버렸다.
하교도 늘 같이하고 샤프도 바꿔가면서 필기도 했는데, 멀리서 짝지가 다른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나무 뒤에서 몸을 숨겨 봐야만 했다. 그게 아마 처음으로 느낀 슬픔이었을 것이다. 그 슬픔 속에는 많은 감정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감정이 슬픔이다.
잘렸던 발은 치료하면서 보란 듯이 아물어 갔고, 3학년에 처음 받았던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치유가 되었다. 살면서 도처에 널린 슬픔에게 처맞지 않으려면 인간관계를 될 수 있으면 축소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슬픔 속에는 슬픔만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러나 그 슬픔을 치유하는 것 또한 사람이더라.
초승 (CHOSNG) - 먹구름 (My Dark Cloud) https://youtu.be/HFSB7HGvpsE?si=uk1QcNK4ISRyp-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