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48.
연기는 수직적이다. 수평적이지 않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수직적인 것에 따르면 인간의 욕망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 욕망이 결국 비행기를 만들어 내고 하늘로 올라올라 날아다니는 것이다. 바슐라르의 촛불에서도 욕망을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의 몸을 태워서 하늘로 올라가는 욕망.
조금씩 피어 올라가는 모습을 고개를 꺾어 쳐다보니 그녀가 불러주던 노래가 떠올랐다.
플라스틱 모조 지구, 고무로 만든 중국 모조 식품에 물을 주고 있던 여자가 그녀일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럼에도 그런 정경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어딘가에서 고무 인간이 나타났고 그녀는 모조 식물을 고무 인간에게서 샀다. 자기 자신을 소멸시키고자 하는 피임계획들로만 가득 찬 도시에서 그것이 그녀를 닳아 없어지게 한 걸까. 그녀는 왜 닳아 없어지려 하는 걸까.
실내를 따뜻하게 하고 난 후 난로를 통해서 대기에 뿌려 없어지는 연기를 보니 그녀의 모습이 환영처럼 아른거렸다. 눈물을 흘리던 그녀의 얼굴도 떠올랐다. 나는 너무 겁이 났다. 무서웠고 두려웠다. 그런 모습은 정말 실체가 되어 버리는 것처럼 정경이 확실했다.
그녀는 누구이고 나에게 무엇을 전하려는 것일까.
정말 결핍만을 말하려는 것일까.
“라면이라도 한 그릇 먹으려나?”라고 슈퍼의 주인이 오래된 슈퍼의, 오래된 미닫이문을 닫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난로가 자아내는 연기가 실내에서 다 빠져나갔을 모양이다. 슈퍼의 주인은 80살은 족히 넘어 보였다. 그럼에도 성실한 움직임과 바지런한 생활 덕분인지 허리를 꼿꼿했고 치아는 임플란트였는지 가지런하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비슷한 색이었다.
“난 이렇게 아침에는 라면을 끓여 먹는다네. 라면은 그렇게 몸에 좋지 않다고 하지만 난 라면을 꾸준하게 먹어왔다네. 매일매일 먹는 것은 아니지만 찬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나 오늘처럼 눈이 떨어지는 아침이면 라면을 끓여 먹지. 게다가 난로 위의 라면 아닌가. 맛이 꽤 좋다네. 어떤가? 좀 먹을 텐가? 자네가 먹는다면 하나를 더 끓여야 하니 물을 더 부어야겠지.”
슈퍼 주인의 얼굴은 주름 때문에 웃고 있는 건지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힘들었다. 그렇지만 목소리는 누구보다 편안하고 듣기 좋았다. 나는 망설였지만 그러겠다고 했다.
“자, 밖에 눈이 내려진 않지만 추우니까 안으로 들어오게”라면서 슈퍼의 주인은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슈퍼의 실내는 아늑했다. 오래된 선반에 오래되지 않은 부식물과 새로 나온 과자가 차곡차곡 놓여있었다. 미닫이문 옆에는 오래된 작은 철체 책상이 있었고 위에는 오래된 시멘트 바닥이었고 청소를 해서 아직 물기가 묻어있었다. 여닫이 냉장고는 우유와 탄산음료가 몇 개 들어있고 주로 막걸리가 그 공간을 전부 차지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