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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수필

뭐가 달라져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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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역대라는 말을 하기 싫어하지만 역대 가장 크리스마스 같지 않은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이토록 고요하고 캐럴이 들리지 않고 불안한 크리스마스였다. 물론 거기적으로는 길거리에 크리스마스를 즐기려는 노력이 엿보이고 아이들은 엄마의 손을 잡고 거리로 나왔지만 예전, 아니 작년 같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라 행복해야 하지만 모두 행복하다는 건 이상하다. 행복의 종류는 비슷하기에 전부 엇 비슷하다는 말이다. 모두가 똑같다면 그건 어쩌면 지옥일지 모른다. 이 세상은 그렇게 완전하지 않다. 오히려 불완전한 구조이기에 그 속에서 행복한 사람들이 빛을 발한다.


사람들은 SNS와 인스타그램 속에서는 전부 행복한 모습이다. 행복해야만 하는 날에 행복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것 같은 모습처럼 느껴진다. 나는 성탄절에 이 정도는 행복해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몽땅 행복하기에 인스타그램은 지옥이다. 조금이라도 덜 불행한 사람은 행복의 지옥 속에 끼지 못한다.


우리는 서로 잘 알려고 안간힘을 쓴다. 영화에서도 서로가 상대방에 대해 잘 알려고 노력을 한다. 서로가 잘 안다고 뭐가 달라지나. 서로를 잘 몰라서 생기는 불화보다 서로를 잘 알아서 생기는 불화가 더 큰 불행을 몰고 온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는 것들을 왜 그렇게 미리미리 빨리 알려고 하나. 빨리 알게 된 흥미는 쉽게 식어 버린다.


서로가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부모자식 간, 부부는 서로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 관계가 행복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서로를 잘 알아서 불안하며,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지낼지도 모른다.


날이 저물어 간다. 하늘에 노을과 어둠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차 하는 순간 어두운 밤이 될 것이다. 지금은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공존하는 시간.

차가운 겨울의 오후.

입김을 불면 연기가 훨훨 나올 것처럼 시리고 추운 날의 17시 40분이다. 이 글을 쓰는 사이에 붉은 기가 사라지고 어두워졌다. 1분 만에 노을은 자취를 감추고 그대로 어둠이 대기에, 숨결에 파고들었다.


소격동 https://youtu.be/GHu39FEFIks?si=kxO1GDc8lugrfSW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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