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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때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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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때가 묻으면 옆으로 오기 싫어한다. 때라는 건 몸이든 어디든 묻으면 모두가 꺼린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좋아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때가 묻으면 좋아지는 게 딱 하나가 있다. 바로 손때다.


엄마의 손때 묻은 살림살이.

손때 묻은 책.


어쩐지 정겹다는 말을 아무렇지 뱉어도 어색하지 않는 말 손때.


새 책을 구입해서 읽으면 기분이 좋지만, 손때 묻는 헌책을 읽으면 편안해지는 기분.


엄마의 손때 묻은 고향 집에 들어서서 나프탈렌 냄새에 왠지 눈물이 고일 것만 같은 기분.


정은임 아나운서가 그랬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집보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집이 더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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