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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02.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09

5장 2일째

109.

 트위터: 소피, 아직 안 자고 있었군.


 트위터: 하이 동양의 멋진 친구, 응,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 묶여 있는 형편이야/ 웬일인지 이렇게 집에 하루 종일 있으면 몸은 편안해. 하지만 마음은 붕 떠있는 불편한 느낌이라구/ 동양의 멋진 친구는 그런 느낌 알지?


 잘 알 수는 없지만 그런 느낌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생각을 하면 공명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힘 있게 앞으로 나아가는 연어를 막아서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문득해버렸다.


 트위터: 여긴 지금 비가 엄청나게 와서 엉망이라구/ 이 대도시의 하수도가 바다가 되려는지 흘러넘치고 있어.


 트위터: 알고 있어/ 지금 그곳의 비 소식이 전 세계 뉴스의 화면을 장식하고 있어/ 상태가 안 좋더군.


 소피는 자신의 사진 하나를 트위터에 올렸다. 그 사진은 오늘 집에서 하루 종일 보내면서 찍은 사진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찍은 사진과 엎드려있는 사진을 교차 편집해서 트위터에 올렸다. 이런 사진은 누가 찍어줘야만 잘 나올 수 있는 사진인데 삼각대를 이용해서 소피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었다. 그녀는 혼자서도 침대에서 기막힌 사진을 건져내는 법을 시간과 노력을 들여 터득했다. 하얀 팬티만 입고 엎드려있는 사진 속 엉덩이는 터질 것같이 탱탱했다. 대기실 소파의 마동 옆에 앉아있던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경멸의 눈초리로 폰을 바라보고 있는 마동을 쳐다보았다. 마동은 교복 무리에게 창백한 얼굴을 한 채 혀를 조금 내밀어 보였다. 학생들은 찌그러진 표정으로 변태 같다며 다른 소파로 옮겨갔다. 밖에 나가면 멀쩡하게 생긴 진짜 변태들이 얼마나 많은데, 역시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게 되어 버린다.


 트위터: 동양의 멋진 친구, 어때 내 엉덩이가?


 마동은 순간 어떻게 대답할까 생각하다가 소피의 엉덩이가 괜찮지 않다고 말해야 할 이유 3가지만 말해보라고 했다. 소피는 화면 가득히 웃음의 활자와 기분이 좋다는 말을 보냈다.


 트위터: 소피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멋진 엉덩이를 가졌어(마동은 말을 하면서 자신의 팔로들이 맨션을 보는 것에 대해서 잠시 생각했다).


 트위터: 정말 그렇게 생각해?


 트위터: 그렇다구. 정말 그렇게 생각해.


 트위터: 동양의 멋진 친구는 바람둥이 같아. 여자를 웃게 만들 줄 알고 기분 좋게 하니 말이야.


 바람둥이의 요건은 외모가 아닌 언어라고 소피가 말했다. 소피는 다른 팔로워들보다 마동에게 그 말을 들어서 무척 기쁘고 고무되어 있다고 했다. 대신 마동에게만 답문을 보내는 소피에게 화가 난 그녀의 팔로워들이 마동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영어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욕들이 마동의 타임라인에 올라왔다.


 맙소사.


 소피는 디렉트 메시지로 대화를 신청했다.


 디렉트 메시지: 소피? 잘 시간이 아닌가?


 디렉트 메시지: 잔소리야? 어딜 가나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네(웃음). 그래 맞아. 동양의 멋진 친구. 이제 자려고 해. 여기는 자정이야. 근데 동양의 멋진 친구는 회사 아닌 것 같은데 어디야?


 도대체 여자들의 직감이라는 건 거리와 시간을 초월한다는 말이 근거 없는 말이 아니었다. 어떻게 회사가 아닌 걸 알았을까. 여자들의 직감은 과학적으로 파헤치지 못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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