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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0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10

5장 2일째

110.

 디렉트 메시지: 아직 몸살 기운이 있어서 지금 병원에 왔어. 아마 어젯밤에 무리하게 조깅을 했나 봐. 그리고 이상한 건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배가 전혀 고프지 않다는 거야.


 디렉트 메시지: 어제 동양의 멋진 친구가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하더니 더 심해졌을 모양이야. 아마 인류가 감기로 인해서 멸망할 것 같아. 감기 바이러스는 점점 사람을 조여 오고 인간은 점점 더 벗어나려고 하지만 인플루엔자는 더욱 강력해지고 말이지. 여기 이곳에도 감기로 죽는 사람이 예년에 비해 늘어났다고 하더라구. 인간은 에이즈보다 무방비상태에서 들이닥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더 무서워해야 한다니까.


 디렉트 메시지: 그래 맞아, 정말 소피의 말이 맞는 것 같아. 난 말이야 지금껏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거든. 규칙적이게 몸을 움직이는 신체에는 인플루엔자가 침투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째서일까. 거기에다가 밤이 찾아오면 감기가 사라져 버려 아주 멀쩡하게. 어젯밤에도 너무 멀쩡해서 평소보다 두 배나 걸리는 시간을 들여서 조깅을 하고 들어와서 소피와 잠깐 이야기를 하고 회사의 잔업을 새벽 5시까지 해버렸어. 너무나 멀쩡해서 나는 감기가 다 나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잠을 자고 일어나니 굉장한 감기로 결국엔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 말았어.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어.


 마동은 터울을 두었다. 소피가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또 한 번 보냈다.


 디렉트 메시지: 하지만 더욱 이상한 건 지금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이 과연 몸살인가 하는 거야.


 디렉트 메시지: 음……. 동양의 친구. 그럼 당신은 인플루엔자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거군.


 디렉트 메시지: 그래, 어딘가 조금 이상해. 어젯밤에 작업을 했던 것은 어떠한 의미로 말해서 내가 한 것이 아니었어.


 소피는 마동의 이야기를 조금은 심각하게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집중을 해줬고 옆에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진지했다. 마동은 현재 소피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성인으로 살아가기란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아프다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부모나 형제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마동은 인간관계가 협소할뿐더러 친구도 없다. 친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디렉트 메시지: 내가 작업을 했지만 그렇게 처음부터 완벽하리만큼 작업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아.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무엇인가에 의해서 불려 나왔는지도 몰라. 보통 사람에겐 여러 개의 인격체가 있다고 하잖아.


 디렉트 메시지: 동양의 친구. 맞아, 인간에게는 에고가 있고 그 속에 잠을 자고 있는 슈퍼에고가 있어. 오래전엔 그러니까 세상이 지금처럼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을 때에는 인간이 보통 이중인격을 지니고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대다수의 인간에게 다중적 인격이 존재해서 범죄의 성향도 날이 갈수록 꽤 다양해지고 눈뜨고 보지 못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지. 그럼 동양의 친구도 그런 의미에서 다른 에고가 무엇에 의해서 깨어나서 당신을 대신했다는 말이군.


 소피의 말을 들은 마동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섹스를 나누고 난 후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소피에게 말을 해봐야 했다. 그때 웅성웅성하고 희미하지만 윙윙거리는 이명이 점점 다가와 귓전에서 몹시 크게 들렸다. 마동은 휴대전화를 한 손에 쥔 채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도대체 이렇게 크게 들리는 이명은 무엇이란 말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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