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이 조금만 자라면 나는 손톱을 깎는다. 손톱을 바로 깎은 후 키보드는 두드리지 않는다. 미묘하지만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이 불편하다. 마치 자판이 손톱 밑에 바로 닿는 느낌? 아무튼 손톱을 자른 후 바로 키보드는 사용하지 않는다. 더 기교한 건 시간상으로 대략 30분이 지나면 타자하는데 아무렇지 않다. 손톱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군대에서 한 고참이 생각난다. 나는 어쩌다가 피엑스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피엑스를 찾는 애들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 손톱이기에 손톱이 조금만 자라면 바로 깎아 버렸다. 손톱이 항상 깨끗하다고 지적하던 타 내무반의 고참이 있었다. 그 고참은 아무리 씻어도, 손톱을 깎아도 손톱이 더럽다며 늘 나의 깨끗한 손톱에 대해서 지적했다. 군대는 위생을 일 순위로 생각한다. 점호 시간에도 부대원들의 위생을 항상 점검한다. 그래서 손톱이 더러운 것도 지적 사항에 속한다. 보통은 그렇지만 그 고참이 나에게 지적하는 건 손톱이 항상 깨끗하다는 문제다. 군인의 손톱이 항상 깨끗한 것도 그 고참에게는 미운 것이다. 세상에는 그런 고참이 있다.
이건 좀 별개 이야기지만 아몬드와 호두를 먹고 나면 입 안 어딘가, 이와 이 사이에 호두의 찌꺼기가 잔존해 있다. 혀로 그것이 느껴진다. 혀에 힘을 주면 꼭 빠져나올 것 같은데 나오지 않는다. 답답하다. 모든 신경이 그쪽으로 쏠린다. 그렇다고 이쑤시개를 사용하기는 싫다. 이쑤시개로 너무 쉽게 해결되는 게 별로다. 게다가 이쑤시개로 이를 파는 모습이 나는 싫다. 혀를 어떻게 잘 굴리면 나올 곳 같다. 그렇게 씨름하다 찌꺼기가 이와 이 사이에서 나오면 쾌감이 크다. 빠질 것 같지만 빠지지 않고 있는 찌꺼기를 이쑤시개가 아닌 혀로 신경을 쓰며 시간을 들여 잘 굴리니 결국 빠져나왔을 때 그 알 수 없는 쾌감. 아무래도 지금은 이와 이 사이에 낀 그 찌꺼기를 빼내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언젠가는 나올 텐데, 그리하여 그때 쾌감이 있다는 걸 알지만 지금, 이 순간이 갑갑하고 답답하다. 하루만 지나면 어마어마한 뉴스가 쏟아진다. 분신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고, 집회에 참석하다 심정지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다. 백혜련 의원은 기자회견 중 윤 지지자가 던진 달걀에 맞아서 눈에 상처가 났다. 일상이 망가지고 있고,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어서 빨리 이 사이에 낀 찌꺼기를 뽑아 냈으면.
https://youtu.be/_WamkRSDeD8?si=shN0PsfKTV1HV7z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