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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떠오르는 하늘이었지

시 이고만 싶은 글귀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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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의 하늘을 보니 좋아하는 시인의 시가 떠 올랐다. 김중식 시인의 ‘이탈한 자가 문득’이라는 시다.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좋은 시는 어떻게든

몸에 흡수되어 시시때때로 등장한다.

나는 오늘 자유했을까.

얼마나 자유했나.

안전한 궤도 속에서 나와,

하루만큼 자유하고 싶다.



이한철 - 흘러간다 https://youtu.be/dpc0k265qQA?si=mP9MyfExjvHUq_n1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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