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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2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28

6장 2일째 저녁

128.

 소변이 많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소변이 계속, 많이 나온다. 갑자기 소변이 보고 싶어 졌다고 하나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의 소변이 한꺼번에 나오리라고는 예기치 못했다.


 아침에 본 소변 양이 적어서 이렇듯 많이 나오는 것일까.


 양변기에 어정쩡한 자세로 선 채 마동은 소변을 보면서 생각은 커피와 치즈케이크에 가 있었다.


 커피와 치즈케이크는 하루 중에 언제나 제일 맛있을까. 저녁 8시 이후일까. 아니면 아침식사를 하기 전 공복 상태일까 아니면 언제든 상관없을까.


 아직 저녁 8시가 되려면 멀었지만 그럼에도 커피와 조각 케이크가 머릿속에 뱅뱅 거리며 원을 만들어 떠 돌아다녔다. 화장실 안으로 카페에서 틀어놓은 ‘the whole nine yards’가 작게 들렸다. 개성이 없는 화장실에 들리는 음악은 공간을 그나마 안온하게 만든다고 생각을 했을까. 화장실에는 음악이고 잡음이고 아무 소리도 없는 공백상태가 더 좋지 않을까. 이 곡은 좋은 곡이지만 개그 프로그램에 삽입되고 나서 모양새가 조금 우스워진 음악이 되었다. 벌써 좀 지난 이야기지만. 마동은 고개를 숙였다. 맙소사, 아직 소변이 나오고 있었다.


 왜 이렇게 소변이 많이 나오는 것일까. 아마 음식물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혈당이 떨어진 것인가. 그것과 소변의 대량 방출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선을 변기 안에 두고 있었지만 소변은 계속 나와서 변기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분명 어딘가 잘못된 것이다. 이렇게 방뇨량이 많을 수는 없다. 마동은 이틀 동안 물도 제대로 마시지 않았다. 이곳 카페 안의 남자화장실에는 남자 소변기가 따로 갖추어져 있지 않고 그저 양변기만 있을 뿐이었다. 변기에 소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동은 허리를 굽혀 변기의 레버를 내렸다. 콸콸거리면서 물은 한 번 내려갔다. 하지만 소변은 물이 빠지는 양 못지않게 다시 변기를 채웠다. 소변은 마치 밖에 내리는 무서운 소낙비처럼 세차게 나오고 있었다. 급기야는 소변이 변기를 넘쳐흘러내렸다.


 맙소사.


 소변은 여전히 멈출 생각을 않는다. 마동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생리작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참지 못하고 신체가 시키는 대로 하는 어린아이 시점을 벗어난 지금도 의지와는 무관하게 소변이 나오고 있었다. 끊을 수가 없다. 그때 변기 안에서 작은 소용돌이가 일었다. 오래된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한 영화에서 포세이돈이 바다에서 등장할 때 보던 장면과 흡사했다. 저 변기 속에서 무엇인가 튀어나올리는 없었지만 아직 소변이 나오고 있어서 어쩐지 마동은 좀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소용돌이에서 무엇인가 나온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온 것이란 말인가. 작은 소용돌이 속에서 누군가 마동의 방뇨 장면을 몰래 훔쳐보는 듯했다. 그렇지만 방뇨 장면보다는 소변을 뽑아내는 페니스를 뚫어져라 쳐다본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변기 안의 작은 소용돌이는 그 물살이 거칠어졌다. 슬슬 두려움이 마동의 창피한 마음을 누르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옹.


 소용돌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더욱 빠르고 거칠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티브이에서 본 소용돌이의 모습이 소변을 보고 있는 변기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마동은 다시 허리를 굽혀 레버를 내렸다. 소용이 없었다. 물은 내려가지 않았고 계속 소용돌이가 돌고 있었다.


 나는 왜 하필 소변이 보고 싶어 진 걸까. 좀 참았으면 안 됐을까.


 소변은 인생의 활로 같은 것이다. 소변을 보지 않으면 인간은 죽는다. 소변이란 결국 마동 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정화시키는 정제 작용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소변이 마려우면 봐야 한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 이렇게 대량 방뇨는 마동을 화염 속으로 데리고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거부할 수 없는 힘이 마동을 끌어당기고 있다. 마동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른 채 어딘가를 향해 알 수 없는 말을 해버렸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좋아하는 커피 향을 맡으며 치즈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고 다가오는 기분 좋은 여름의 저녁을 기다리기만 하는 그런 소소한 행복을 누리지도 못하고 끊어지지 않는, 도저히 멈추지 않을 대 방출의 소변에 놀라고 있었고 그 소변이 만들어낸 소용돌이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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