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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27.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34

6장 2일째 저녁

134.

 디렉트 메시지: 그런 끔찍한 소리는 하지 말아 줘, 동양의 친구.


 디렉트 메시지: 아직은 멀리 떨어진 사람들의 의식은 들리지 않아서 다행인지 몰라. 사람들의 의식이 전해지기 전에는 굉장한 이명의 공명이 귓전에 울리다가 느닷없이 타인의 생각이 소음처럼 들렸다가 파도처럼 밀려가버려.


 소피는 마동의 말에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틈이 길었다. 틈은 두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는 마음의 강 같은 것이었다. 틈 속에 물이 흐르고 빛이 비치더니 이내 풀과 잡초가 자라나고 나비가 날아다녔다.


 디렉트 메시지: 소피?


 디렉트 메시지: 내가 만약 당신의 입장이라면……. [침묵] 내가 지그문트 프로이트라면 호기심과 연구열 때문에 당신에게 늘 붙어있었을 거야. 그런 생각을 잠시 해봤어.


 디렉트 메시지: 소피, 만약 나의 입장이라면 소피는 어떻게 했을까.


 디렉트 메시지: 글쎄, 그 생각을 조금 깊게 하고 있었어. 아무리 생각을 해도 와 닿지 않아서 말이야 미안해 친구. 그런데 말이지 피해 갈 수 없다면 부딪히는 수밖에 없어. 이곳에서 일을 하는 나처럼 말이지.


 소피는 진심을 다해 마동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마동은 그것을 알 수 있었다. 피할 수 없다면 부딪혀라. 소피의 말이 맞다. 단언하건대 그 말이 이치에 맞다. 그렇지만……. 마동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조각 케이크를 조금 떠먹었다. 맛이라고는 소멸했다.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했다. 커피에서 맛이 전혀 나지 않았고 조각 케이크는 잘 익은 고무를 씹는 맛이 났다.


 가을의 산속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씹어 먹는다면 이런 맛일까.


 버석거리는 늦가을의 초입을 씹어 먹는다는 건 아무래도 맛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마동은 포크를 놓고 식어가는 커피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곳의 커피는 맛있는 맛을 내는 커피였지만 남기고 가버린다고 생각하니 직원에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 모두가 생각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랐다. 커피를 위해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커피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이지만 타자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커피도 있을 수 없다. 바리스타는 속으로는 많이 몰려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싫었다. 마동도 인간에 대해서, 자신에 대해서 잘 알 수 없었다. 마동 자신도 사람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디렉트 메시지: 동양의 친구. 당신과 오래전부터 이야기하면 편안했어.


 디렉트 메시지: 소피, 나 또한 마찬가지야. 소피와 이야기하면 마음이 가라앉고 좋았어.


 디렉트 메시지: 그리고 언제나 알듯 모를 듯한 신비로움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라 동양의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 늘 새로운 기분이 들었어.


 디렉트 메시지: 그런가?


 마동은 사진으로 봤던 소피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자 소피의 얼굴 위에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이 겹쳐졌다. 풍부한 가슴골과 미스터리한 눈빛과 깊은 내면의 소피의 얼굴 위에 환영처럼 나타났다. 마동은 생각의 회로를 차단했다. 틱 하고 스위치를 내렸지만 탁 하고 스위치가 자동으로 올라갔다. 회로를 차단하는 건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디렉트 메시지: 이곳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동양의 사람들을 보면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엇이, 알지 못하는 동경이 있었어. 동양인들에 대한 신비로움을 많이 가지고 있었어. 요즘은 여기서도 동양인들의 활동이 많고 어디서나 동양인들을 볼 수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양은 ‘기’라는 에너지를 움직여 생활한다고 믿고 있었지. 물론 나는 그 녀석 덕분에 한국에 큰 실망을 했지만 말이야. 이곳 사람들은 동양인이 예술이든 건축이든 영화든 어떤 분야든 진출을 하면 굉장히 좋아하고 있어. 또 동양의 여자들은 전부 날씬하고 얼굴이 예뻐서 이곳의 남자들이 무척이나 좋아하지. 질투가 심하게 날 정도로 말이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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