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수필

이순신 장군 동상이 웃었다

괴담이 떠돌던 이야기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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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괴담 같은 것이 떠돌았다. 학교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었는데 밤이 되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주 보면 미쳐버린다는 소문이 있었다. 미치지 않으려면 마주 보지 말고 비스듬한 곳에서 플래시를 얼굴에 비쳐보면 된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언제 세워졌는지 모르겠지만, 늠름하게 펜스 중앙에 있었다. 졸업식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건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그 괴담이 돌고 나서부터는 학교에 늦게 까지 남아서 노는 아이들은 별로 없었다.


수업이 끝나면 학교 운동장에 남아서 주로 놀곤 했는데 괴담이 무서워서 해가 떨어지지 않았어도 아이들이 점점 운동장을 나갔다. 6학년이 되면 돌아가면서 선도위원이 된다. 이름표를 안 달거나, 교문 앞에서 지각을 하는 아이들을 지적한다. 그리고 학교에 마지막까지 남아서 청소를 하고 집으로 간다.


보통 5인 1조로 한다. 그날 우리는 담력 시험을 하기로 했다. 꼭 그런 걸 했다. 그 무섭다는 이순신 장군 동상의 웃는 얼굴을 보기로 했다. 우리는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다시 교문 앞에서 모이기로 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집까지 15분이나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밥을 먹고 저녁 8시에 교문 앞에서 모이기로 했다. 나는 7시 40분에 교문 앞에 도착했다. 아직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교문을 사이에 두고 이순신 동상이 있는 운동장 안으로 혼자서 들어가는 건 좀 무서웠다. 8시가 되었을 때 여자 애 두 명이 더 왔다. 5인 1조인데 다섯 명 중에 남자가 세 명이다.


담력시험을 하자던 두 놈이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여자 애 두 명은 관두자며 그냥 가자고 했지만, 나는 들어가 보기로 했다. 6학년 당시의 나는 귀신이 진짜로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겁이 많아서 그냥 집으로 가야 했지만 나는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진짜 그런지 아닌지 보고 싶었다. 우리 세 명은 벌벌 떨면서 내가 앞 장을 서고 내 뒤에 여자 애 두 명이 붙어서 허리를 굽히고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그날따라 운동장은 크고 넓고 기기괴괴하게 느껴졌다. 풀벌레 소리도 스산하게 들렸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내 뒤의 여자 애가 나의 옷을 꽉 잡아당겼다.


무서웠다. 우리는 그럴 필요도 없는데 허리를 더 굽히고 천천히 이순신 장군 동상 근처로 갔다. 약간 옆에서 비스듬히 보이는 곳에 쪼그리고 앉았다. 여자 애들은 플래시를 꺼내서 나에게 건넸다. 하지만 스위치를 누르려니까 온몸에 소름이 쫙 돌았다. 뒤에서는 여자 애들이 벌벌 떨고 있고 앞에는 이순신 동상이 있다. 물러 설 수도 없었다.


나는 플래시를 이순신 동상 얼굴에 비쳤다. 그때 우리 셋은 분명히 봤다. 이순신 동상의 얼굴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혼비백산했다. 그 후로 우리는 괴담이 진짜라고 열을 올려 이야기를 했다. 학교에 오는 게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 소리가 드디어 선생님들 귀에 들어갔고, 일주일 후에 담임은 말했다. 이제는 이순신 장군이 밤에도 웃지 않을 것이다. 귀신은 나갔다고 말하면서, 실은 이순신 장군 동상의 얼굴에 먼지가 낀 곳이 많았다. 그중에 이순신 장군의 입 양 쪽에 먼지가 껴 있었는데 그게 밤에 불빛을 받으면 드라큘라처럼 무섭게 웃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깨끗하게 했기에 이제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5인 1조 중 그 두 녀석은 우리에게 여러 날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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