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수필

아직 일상에 넣고 싶지 않아

by 교관

어릴 때 걸어 다니며 티브이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어릴 때는 일본의 소형가전제품이 인기였다. 당시의 일본은 뭐든 작게 만들어 버리는 마법을 부렸다. 그중에 소형 티브이가 있었다.


큰 이모에게 과자상자만 한 소형 티브이가 있었다. 흑백으로 그 작은 화면으로 보는 티브이는 이상하지만 좋았다. 들고 다닐 수도 있지만 무겁고, 건전지가 많이 들어갔다.


문제는 안테나를 아무리 길게 뽑아서 이리저리 돌려도 집 안에서 보는 것처럼 티브이가 잘 나오지 않았다. 이 소형 티브이를 큰 이모가 나에게 남겨주고 떠났다. 그래서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다.


그러다가 손바닥만 한 휴대용 소형 티브이가 나왔다. 시내에 나가면 길목에 전자제품 판매점 가판대에 진열되어 있었다. 길쭉하고 4인치 정도의 화면에 밑에는 버튼이 수십 개 있는, 물론 일본 제품으로 디자인부터 시선을 확 잡아끌었다.


하지만 가질 수 없었다. 워낙 고가였고, 나는 어렸고, 들고 다녀도 이동하면서 시원하게 볼 수 없었다. 와이파이가 없던 시절 주파수 문제 때문이었다. 그래도 항상 디피되어 있는 손바닥만 한 소형 티브이를 구경했다.


걸어 다니며 티브이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강해서 그런지 요즘 휴대폰을 사용하는 게 아직은 일탈 같은 기분이다.


처음 아이폰3지에스를 만졌을 때만큼의 느낌을 유지하고 있다. 티브이처럼 영상을 보는 것부터, 카메라 기능에, 내비게이션까지. 은행 업무, 병원 예약, 일기예보까지.


그런 것을 생각하면 휴대폰 가격이 그렇게 비싸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언제 어디서든 메모가 가능하다는 걸 제일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예전에 글을 쓰려면 책상과 불빛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길거리를 걸어가다가도, 누워 자다가도, 방수까지 되어서 목욕을 하다가도 생각이 나면 휴대전화에 생각을 메모할 수 있다. 이건 정말 경이로운 일이라 생각된다. 휴대폰이라는 요물은 일상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 일상에 넣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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