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날의 멸망 9

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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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의 종류는 정말 5만 가지만 있을까.


머리가 어지러웠다. 역시 그다음을 생각하기를 마동은 포기했다. 약사는 돌아서서 약품을 보고 있던 마동을 불렀다. 약사는 약 먹는 방법을 알려주고 마동은 현금으로 계산을 했다. 약사는 마동에게 냉장고에서 시원한 비타음료를 하나 꺼내서 서비스로 건네주었다.


“약사님도 지금 밖에 나가면 태양이 몹시 뜨겁다고 느낍니까?” 마동의 질문에 변하지 않을 웃음을 지닌 약사의 표정이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그러니까 못 견딜 정도로.” 질문이 좀 이상했지만 어차피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상관없었다. 말라서 뼈가 살갗을 뚫고 나올 것 같은 광대를 실룩거리는 약사는 흥미로운 듯 마동을 쳐다보았다.


“그럼요, 여름이니까요. 저 온도에 누가 견디겠습니까. 연일 일사병으로 누군가는 쓰러지고 뉴스에 보도되는 현실입니다. 가장 무더울 때 아닙니까. 그래서 저기 주차요원이나 시장바닥에서 장사를 하는 할머니들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약사의 말에 마동은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다음 주면 사람들 대부분 여름휴가를 가지 않을까 하는데요. 우리도 다음 주에 갑니다(웃음). 태양은 매년 더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73년 만의 더위라고 하던데요. 사람은 매년 뜨거워지는 밖으로 나가고 말이죠(웃음).” 약사는 고객유치의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아마 잠이 들어도 그런 웃음을 짓고 있을 것 같았다. 안면근육의 이상으로 약사는 더 이상 그 어떤 표정도 지을 수 없게 되어버린 조커가 떠올랐다.


마동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일과시간에 집중하여 작업을 하려면 입맛은 전혀 없지만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대로변의 식당이나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려고 했지만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 시간은 모두 일을 하는 시간이어야 했지만 마동의 생각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에도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우아하게 시간을 들여 외식을 하고 쇼핑을 즐겼으며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졌다. 생산과 소비가 눈에 보이는 모습이었다. 마동은 사람들이 몰려 있지 않은 곳을 찾아서 가려했지만 일반 회사원들과 점심을 밖에서 때우려는 사람들로 식당 역시 북적였고 카페 안에는 얼음이 가득 들어간 음료를 마시기 위해 필사적으로 줄을 서 있는 모습에 머리가 더 아파왔다. 회사의 식당은 시간상 음식을 다 치웠을 것이다.


태양은 눈부심을 넘어섰고 열기가 너무 뜨거워 숨쉬기가 힘들었지만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몸이 냉했다. 마동은 아까 그 만두집에서 만두를 먹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에어컨을 틀지 않는 식당으로 마동은 가고 싶었다. 만두모녀가 앉았던 식당의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마동은 치우지 않은 만두통과 물 컵과 단무지가 담긴 작은 그릇을 한 곳에 모아서 홀에 보이는 주방의 선반에 올려놓았다. 씻지 않은 식기들 위로 파리들이 자신들의 세상인양 비행을 하고 있었다. 마동은 테이블에 앉아서 주인을 불렀다. 주인은 누가 이 시간에 이런 곳에 왔지? 하는 표정으로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어디선가(마치 만화에서 악당이 갑자기 등장하듯) 나타났다. 주인은 남자였고 오십은 족히 넘어 보였지만 더 이상의 나이를 감지할 수는 없었다. 눈썹 위로 두건을 쓰고 있었다. 불안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그 불안해 보이는 얼굴은 억울한 표정을 만들어내며 마동이 앉은 테이블로 다가왔다.


이 사람도 나를 구청직원으로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나타나는 얼굴을 하고 얼굴의 억울한 표정은 마동이 들어오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왔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만두 한 접시 먹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목소리가 쇠했다.


“아, 예, 예.”


주인은 뒤로 돌아서 물 컵에 물을 받아서 마동 앞에 놓았다. 만두집 안은 7평도 채 되지 않는 장소에 테이블이 3개가 있고 나머지는 냉장고가 차지하고 있었다. 여름이지만 에어컨은 보이지 않았고 선풍기가 벽에 한 대, 홀의 중앙에 한 대뿐이었고 선풍기의 날개 팬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만두종류는 딱 하나뿐이었다. 고기만두 1인분에 2,500원. 뒤로 돌아서 만두를 찌고 있는 주인의 뒷모습에도 억울함이 가득 묻어있었다. 주인은 생각났다는 듯 선풍기를 마동 쪽으로 가지고 와서 강풍으로 선풍기를 틀었다. 선풍기는 천식환자가 내뱉은 기침소리를 몇 번 내더니 팬이 돌기 시작했다. 막상 팬이 돌고 나니 성능이 나쁘지는 않았다. 바람은 정확하게 마동에게 와서 시원하게 닿았지만 마동은 덥다고 느끼지 못했기에 미풍으로 낮췄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트위터에 접속을 하려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마동은 물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물은 목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이상하고 또 이상했다. 물 컵을 들어서 보니 오래된 사기로 만들어진 물 컵이었다. 흠집이 많았고 컵에 그려진 촌스러운 새의 그림으로 봐서 이곳은 오래된 만두집이라는 게 짐작이 갔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됐는지 알 수는 없었다. 만두 한 접시가 연기를 내며 마동 앞에 놓였다. 맛있게 드시라며 주인은 나타날 때처럼 사라졌다. 만두집에는 적막이 흘렀고 무서운 고요를 깨트리는 것은 돌아가는 선풍기의 소리였다. 만두는 총 10개가 누워 있었고 마동은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입에 넣고 씹었다. 냉동만두였다. 만두의 속은 다진 고기와 채소가 신선함을 잃은 채 오랫동안 냉동 보관되어 있다가 스팀기에서 해동시킨 맛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닌데 마동은 만두를 억지로 넘겼다.


역시 감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살아있을 어린 시절에 엄마는 만둣국을 해줬었다. 그건 어렴풋하나마 기억이 났다. 아버지가 만둣국을 좋아했고 김치로 만두 속을 만들어 만둣국 안의 만두를 터뜨리면 김치가 터져 나와 벌겋게 만둣국에 퍼져서 떠먹었던 기억은 아직도 살아 있었다. 이렇게 기억에 남아있는 걸 보니 마동은 어릴 때는 꽤 만둣국을 먹었다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먹은 만둣국이지만 지금 씹어 먹고 있는 만두처럼 맛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곡된 기억 속에서 음식 맛을 기억하는 이들은 잘 없었다. 맛있었다. 또는 맛없었다. 동전의 양면처럼 기억될 뿐이다. 맛있다, 맛없다 이외의 맛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다.


약을 먹기 위해서, 또 오후의 중요한 작업을 위해서 마동은 만두의 맛을 느낄 수 없었지만 억지로 씹어 먹었다. 약봉지 안의 약 한 봉을 뜯어서 물과 함께 삼켰다. 일 인분에 2,500원 하는 만두를 3개 집어먹고 마동은 오천 원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만두집을 나섰다. 나서면서 만두집을 보니 곧 없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주방의 식기 위해서 비행하던 파리들이 이동을 해서 마동이 먹다 남긴 만두 위에서 비행을 했다. 밖으로 나오니 태양의 열기와 광채가 더욱 빛나고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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