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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14.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51

6장 2일째 저녁

151.

 -이봐 그쪽을 아무리 찾아도 나는 눈에 띄지 않다  너의 뒤쪽에 있는 작은 간이 카페가 보이다  그쪽으로 걸어올 수 있다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마동은 벤치에서 일어나서 해변을 등지고 음의 파장이 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길거리에서 폭죽을 파는 곳에서 학생이 목젖이 터져라 폭죽을 팔려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폭죽은 불법이지만 곳곳에서 폭죽 판매가 성행했다. 학생 뒤에는 팔뚝의 문신을 드러낸 채 학생의 선배로 보이는 아이들이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젊은 남녀가 폭죽을 사러 왔다가 폭죽의 가격에 놀라는 표정을 짓자 앉아서 담배를 피우던 아이들이 그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학생에게 돈을 지불하고 폭죽 10개 들이 한 묶음 세트를 집어 들었다. 여자는 낱개로 된 하나만 사자고 했지만 남자는 그대로 돈을 지불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마동은 그들을 지나쳐 간이 카페로 갔다.


 간이 카페는 시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장사를 하는 곳이었다. 커피와 각종 음료를 팔지만 세금을 내지 않는 대신 지역조직에게 벌어들인 금액의 몇 퍼센트를 갖다 줘야 한다. 합법적으로 건물을 세우고 그 안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간이 카페는 건물 세입자들의 불만은 불만대로 듣고 시청에서 단속이 나오면 조직의 연락망을 통해 미리 연락을 받아 위기는 모면했지만 하루 장사는 끝이었다. 하루를 벌어들이지 못하면 이상하지만 이틀이 손해가 났다. 조직에게 바치는 납입액이 세금을 능가했다. 조선시대 세금 징수의 악행이 고스란히 내려오고 있었다. 간이 카페의 주인들은 활기차고 한몫을 챙길 수 있는 여름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표정으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중 한 간이 카페 앞에 마동은 섰다. 컨테이너를 개조해서 만들어 놓은 작은 카페였다. 밖에서 보이는 실내는 4개의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남녀 커플들이 자리를 하나씩 꿰차고 앉아서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마동은 소리의 파장이 부르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간이 카페의 오른쪽을 돌아서 뒤편으로 가니 거대한 블랙 그레이트데인 견이 목줄을 한 채 일어서 있다가 마동이 오는 소리를 듣고 마동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 움직임이 사뭇 가벼워 보였다. 무게감이 없어 보였다. 마동이 달리기를 할 때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어젯밤에 봤던 그 개였다. 눈빛이 달랐던 그 거대한 대형견.


 아마도 카페의 주인이 기르는 개인 모양이다. 아주 초대형견이다. 두발로 벌떡 일어선다면 성인 남자의 키도 훌쩍 넘을 것이다. 분명 훈련을 제대로 받았고 주인에 대한 충성도가 강하고 집을 잘 지킬 것이다. 이렇게 큰 초대형 견은 목적에 의해서 길들여지고 키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운동을 매일 시켜줘야 하고 인간이 먹는 음식을 먹이지 않아야 한다. 이 그레이트데인은 주인과의 교감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것을 마동은 알 수 있었다. 덩치가 엄청났지만 미끈한 모습에 움직임은 날렵했다. 몸을 살짝 트는 모습에서도 훈련을 받지 않은 개와 확연한 차이가 나는 자세를 하고 있었다.


 앞다리는 땅을 디디고 있었고 뒷다리는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처럼 뒤로 죽 뻗고 있었다. 턱은 상향 15도 정도 들고 있었다.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처럼 보였다. 온몸이 어두운 색으로 검은빛이 좋았고 반질거리는 털은 달빛을 받아 더욱 신비스러운 광채였다. 지구의 모든 소리를 들으려는 듯 귀는 하늘로 쫑긋 올라가 있고 꼬리는 C자형으로 끝은 하늘 너머의 종족과 교신이라도 하듯 한 지점을 향해 있었다. 털의 매혹적인 검은 빛깔은 눈 밑으로 해서 입까지 이어졌다. 움푹 들어간 눈은 또렷했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눈동자를 띠고 있었다. 개의 몸은 누구에게도 질 수 없다는 듯 강하게 보였지만 눈빛은 그리움이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레이트데인의 눈동자에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눈을 들여다보는 착각이 자꾸 들어서 마동은 가슴이 뛰었다. 그레이트데인의 눈동자에서는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는 달리 일종의 편안함이 서려 있었다. 오래된 낡은 혼란이 마동의 머릿속을 휘저었다. 만약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많은 걸 물어보고 싶었다. 마동은 자신도 모르게 그 그레이트데인 곁으로 가서 개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개는 가만히 마동에게 반질한 머리를 내주었다. 마동은 초대형 그레이트데인을 처음 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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