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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1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50

6장 2일째 저녁

150.

 -이 여자와 오늘 잘까- 웅 웅.


 -이 남자를 믿어도 될까- 웅 웅.


 -월급을 속였는데 들키면 어쩌지- 웅 웅.


 -존나 덥다. 씹할.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웅 웅.


 -빨리 한잔 마시고 섹스하고 싶다- 웅 웅.


 불명확하고 오래된 고다르 영화 속 장면처럼 그들의 언어는 마동의 귀를 통해 머릿속에 잡음 섞인 모순의 미립자로 따갑게 들어왔다. 대부분 술을 마셨고 무더위에 지쳤고 젊은 남자들은 여자와 몸을 나누기를 바라고 있었다. 희미하지만 이제는 꽤 정확하게 그들의 생각이 들렸다. 마동은 벤치에 앉은 채 이어폰을 뺀 다음 귀를 양 손으로 막았다. 지금 들리는 이명은 오후의 병원에서보다 그 소리가 명확했다.


 다시 집중.


 어떠한 특징을 띠고 타인의 의식은 공명의 사이를 뚫고 보이지 않는 바람에 실려 정확하게 마동의 귀 안으로 틈입되었다. 이명으로 전달되는 소리는 입 밖으로 소리를 내어서 나오는 사람들의 목소리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마동은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으며 사람들과 의식을 자의로 읽을 수 있었다. 사람들 의식의 소리는 말소리와는 달랐으며 그들의 의식은 뒤죽박죽이었다. 낡은 건물 속의 오래된 공간과 새로운 인테리어 공간처럼 들쑥날쑥 이었다. 대부분 입으로 나오는 말과 생각은 일치하지 않았고 생각을 잘 정리해서 말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멜 깁슨의 ‘왓 위민 원트’에서 여자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의 생각은 실제 행동과 구어로 하는 말과는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오류적 모습을 하고 있는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다. 그런 사람들이 해변에 가득 모여있다는 것이 조금 두렵게 느껴졌다. 이렇게 사람들의 의식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은 변이를 위한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사람들의 의식에 도달한다고 해서 마동에게 있어 무엇이 달라지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정신의 집중이 마동의 자아에 도움이 되는 걸까, 변이가 오기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지도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할 수밖에 없는 일이며 해야 할 일이라고 마동은 생각했다. 마동은 사람들의 의식이 내는 제각각의 소리가 마동의 머릿속에 자리를 잡을 때 엄청난 이질감의 의식 하나가 침입해왔다. 그것은 마동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소리와 소음, 의식의 이명이 혼재해있는 혼잡한 소리 사이를 예리하게 벌리고 마동의 의식으로 파고들었다. 침투에 가까운 현상이었다. 사람들의 의식과는 완전히 다른 또렷한 소리였으며 이질감은 굉장했다.


 -이것 봐 자네는 누구 보통 인간들과 다른 양상을 띠고 이다-


 언어는 이상했다. 마침표가 없었다. 질문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문단은 그대로 이어져 있었다. 어떤 누군가의 의식이 분명했다. 그 의식은 사람들의 뒤죽박죽인 의식을 지나 정확하게 마동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마동이 집중하여 그 의식에 도달한 것이 아니다. 마동에게 그 의식이 직접 다가온 것이다. 분명 인간의 입을 통해서 들리는 소리는 아니었다. 사람들의 의식의 소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마동에게 전달된 의식의 소리는 아주 강한 성질의 도드라진 전기 파장 같은 잡음이었다. 거부할 만큼 어두운 의식의 소리도 아니었다. 대기의 울림이 달랐고 그 의식의 소리는 진공관을 타고 흐르는 빛처럼 흔들림 없이 많은 무의식의 소리 사이사이를 거쳐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심지어는 부딪히지도 않고 마동의 의식에 들어왔다. 처음에 소리가 침투하듯 들어왔으면 두 번째는 배려있게 사람들 사이를 지나서 마동에게 와서 닿았다. 마동은 처음 소리를 듣고 해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각자의 즐거움에 심취해있었고 그들 중 마동의 뇌파에 접근하여 의식을 전달할만한 이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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