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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12.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49

6장 2일째 저녁

149.

 마동은 정신을 모으는데 집중했다. 오래전 처음 입사해서 훈련을 받고 정신을 집중하는 것에 시간과 자아를 모두 쏟아부었을 때처럼 신경을 한 곳에 모아서 집중했다. 물에 불은 실처럼 잔가지가 많이 뻗어 나와 이리저리 흐느적거렸다. 실에 초를 바르고 잔가지가 나오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두려고 집중을 한다. 매일 했었다. 하루에 10시간씩 투자를 해서 정신을 그러모으는 훈련을 했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는 것과는 별개였다. 정신을 모은다는 것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정신이 도달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시냅스를 사용해야 하고 세포를 분열시켜야 한다.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오너가 옆에서 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사람들이 놀랄 일을 우리가 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마동에게는 재능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고 오너는 말했다. 마동은 정신을 모으기 위해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떠올렸다. 지금은 머릿속의 공간에서 그녀가 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녀의 신비스러운 눈빛과 가슴골.


 가슴골에 파묻히는 마동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존재는 소설가에게는 연필이었으며 피아니스트에게는 피아노였고 축구선수에게는 축구공이었다. 그녀는 어디에서 이곳으로 왔을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떠올리면 끝없는 질문만 계속됐다. 마동은 공허한 질문을 한 자신을 책망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마침내 하나의 공명 속에서 노래라는 소리를 뽑아냈다. 뽑아낸 소리를 통해서 들려오는 음악을 뮤즈의 레지스턴스였다. 비로소 노랫소리가 마동의 머리에 전달이 되었다. 노래는 이어폰으로 마동의 귀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공명 속에서 뽑아낸 소리로써 마동의 의식에 전달이 되었다.


 뮤즈의 노래다. 뮤즈는 영국 밴드다. 초기의 뮤즈 모습은 라디오 헤드의 카피 그룹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들은 노력을 통해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었다. 의심을 종식시켰다. 마동은 뮤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들을 죽 늘어놓았다. 영화 속에서도 뮤즈의 노래가 나온 적이 있다. ‘7파운스’라는 영화에 뮤즈의 노래가 나오는 장면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주인공 벤은 자신의 죄책감으로 매일 죽음으로 향해 가는 훈련을 하며 불안과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부인을 잃은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는 벤은 완전함과 무의식 사이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잃을 수 있는 방법은 죽음이라고 믿었다.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7명에게 새로운 삶을 주고 싶었던 벤. 사랑하는 에밀리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뮤즈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영상은 아주 침울했다. 벤은 자신의 죽음이 죄책감을 해결하는 방안이라 여겼다. 늘 유쾌한 윌 스미스의 우울한 연기를 볼 수 있었고 뮤즈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마동은 얼굴에 미소를 살며시 만들었다.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미소를.


 자 이제, 마동은 노랫소리 이면의 다른 소리도 뽑아내려 정신을 집중했다. 이번에는 머릿속 노래를 끊고 이어폰으로 들리는 노랫소리의 볼륨을 끝까지 올렸다. 소리를 줄이라는 경고가 휴대전화기 화면에 떴다.


 집. 중.


 많은 사람들의 의식을 한꺼번에 들을 수는 없었다. 딱히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선이 있었다. 주위 10미터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에 마동은 도전했다. 마동의 집중력이 하나로 뭉쳐진 사람들의 공명에 가서 닿았다. 그리고 뇌파를 채취하듯 날카롭고 뾰족한 바늘 끝이 공명을 뚫고 조심스레 들어갔다. 사람들이 의식을 드러냈다. 그들의 의식은 희미했다. 웅웅 거리며 크게 들리는 노랫소리 사이를 벌리고 마동의 머릿속으로 사람들의 의식이 들어온 것이다. 마동은 다시 사람들에게 집중했다.


 웅 웅.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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