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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1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48

6장 2일째 저녁

148.

 -자신들보다 사납고 무리수가 많아도 주인이 위협에 처하면 달려들었던 녀석들이다. 그렇게 훈련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이렇게 맥없이 꼬리를 내리는 녀석들이 아니다. 이 녀석들은 훈련이 확실하게 되어있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녀석들은 저놈에게 어떤 냄새를 맡았던 것이다. 무엇일까. 이 녀석들의 반응과 행동으로 봤을 때 ‘혼돈’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무엇과 어떤 기류 같은 것이 있다. 그 어떤 기류에는 보통의 사람들이 풍기는 아우라는 아니다. 저놈에게 이 녀석들은 무엇을 느꼈단 말인가-


 개 주인의 생각이 들렸고 개들과 개의 주인이 멀어지면서 그 생각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마동의 변이에 대해서 개들은 감지했다. 개들은, 집안의 작은 강아지를 제외하고 짐승의 본능에 가까운 큰 덩치의 개들은 마동의 변이를 알아챘다. 변이는 회색 빛깔을 지니고 있어서 개들에게는 대항해야 할 두려운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네거티브 적인 면을 본 것이다.


 곧이어 마동의 귓전에 웅웅 거리며 이명이 서서히 파도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오후에 내과병동 대기실에서 들렸던 이명과 같은 소리가 마동의 귀 주위에서 웅웅 거리며 날파리 떼처럼 날아들었다. 수만 마리의 벌레 떼가 움직이는 소리, 쎄사사사사사삭 하는 기분 나쁜 소리들이 잡음처럼 들리더니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수 만 마리의 날벌레들이 모여들더니 한 마리 위에 한 마리가 붙어 버리고 그 위에 또 한 마리, 한 마리, 열 마리, 수십 마리가 붙어 버렸다. 끔찍한 광경이다. 이내 이명은 덩어리가 되어서 마동의 귀 안으로 우악스럽게 끼어들었다. 이명은 공명이 되었다. 공명 때문에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마동은 하나로 뭉쳐진 소리의 덩어리에 집중을 했다.


 마동의 머릿속 사고는 며칠 전에 비해서 더욱 원활하게 가동되고 수치 적응과 상황 대처 능력이 빠르고 정확했다. 이번 클라이언트의 어려운 꿈 리모델링도 막힘없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만약 마동이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떤 서번트 물질이 뇌에서 흘러나와 이런 변이가 찾아왔다면 마동은 나름대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변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마동은 해변에 설치된 벤치에 앉았다.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벤치에 양 팔을 뻗어 팔 굽혀 펴기를 15회 한 다음 다리에 스트레칭을 했다. 허벅지의 근육이 경륜선수만큼 찰지고 갈라져 있었다. 신체의 변화와 함께 이번 클라이언트의 작업을 하룻밤 만에 해버린 능력의 상승도 변이에 속했다. 개들이 마동을 향해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 거리며 몹시 무섭게 짖어댔다. 역시 변이 때문이다. 마동은 정신을 집중했다.


 집중, 또 집중.


 뭉쳐있는 공명으로 정신을 모았다. 뭉쳐진 공명 속에서 소리를 하나씩 뽑아낼 수 있었다. 마동의 능력 밖 작업도 변이가 가져다준 귀결이라면 마음이 조금 아팠다. 하지만 수용하고자 마동은 생각하고 다짐했다. 받아들이자, 받아들이는 길밖에 없다. 이미 그러기로 했잖아. 그러면 된다. 무의식은 이미 변이를 받아들였다. 변이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부분은 의식이었다. 의식은 아직 귀속되지 않고 마동 자신의 자아가 지배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마동은 조금 안심했다.


 보통사람들도 신체의 변화를 겪고 의식의 다변화를 꿈꾸고 자신도 모르게 변이 된다고 분홍 간호사가 말했다. 어쩌면, 까지 생각한 다음 마동은 생각을 접고 다시 팔 굽혀 펴기를 계속했다. 그 이후에 생각을 계속한다고 해도 올바른 결론은 없고 혼란만 있을 뿐이다. 부딪히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사람들의 말소리, 자동차가 움직이는 소리(엔진의 성능에 따른 자동차의 반응 소리), 밤바다의 소리, 모래를 밟은 소리, 아기가 우는 소리,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강이 흐르는 소리,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공명 속에 뭉쳐져 있었다. 웅웅, 공명이 귓속에 가득 차 있었고 마동은 팔 굽혀 펴기를 하면서 정신을 한 곳으로 모았다. 마동은 눈을 감고 무릎을 풀어주고 앉았다 일어났다. 그 동작을 반복했다. 15회씩 같은 패턴으로 팔 굽혀 펴기와 함께 4파트를 했다.


 정신이 한 곳으로 모아졌다. 무더운 여름밤이었고 인파에 끈적끈적함이 더해졌지만 마동은 땀을 전혀 흘리지 않았다. 하나로 뭉쳐진 소리의 공명에서 원하는 소리를 뽑아낼 수 있는지 이제 마동은 자신의 집중력을 실험해보았다. 마동은 하던 동작을 멈추고 벤치에 등을 기대로 앉았다. 눈을 감고 뜨지 않았다.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음악의 소리를 올렸다. 노랫소리는 공명에 가려져 아무리 크게 키워도 들리지 않았다. 노래는 귀에 전달되지 않고 뭉쳐진 공명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노랫소리를 더 키웠다. 노래는 공명에 가려져 전혀 들리지 않았다.


 웅 웅 웅.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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