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2일째 저녁
147.
개들은 힘을 실어 마동에게 덤벼들 기세를 취하며 발버둥을 치니 주인은 그 힘을 이겨내지 못했다. 주인의 덩치도 만만찮았지만 무리였다. 마동은 개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개들의 눈을 쳐다보았다. 순간 개들의 눈에는 경계와 무서움이 동시에 스며들어가기 시작했다. 개들이 한 마리였다면 아마 마동을 보며 짖지도 못했을 것이다. 개들은 마동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마동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개들의 행동이 달라졌다. 두려움은 개들의 눈동자 속에 꽉 들어차서 공포를 만들어냈다. 마동의 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개들의 눈동자는 점점 작아져 줄어들었다. 개들은 마동의 눈에서 무엇을 읽어냈다. 개들은 마동의 눈과 마주치고 몇 초가 지나자 하늘로 솟아오른 꼬리가 밑으로 내려가서 엉덩이 안으로 말려들어가 버렸고 짖어대던 소리는 끙끙 앓는 소리로 바뀌었다. 개들은 마동의 시선을 피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개들의 주인은 뜻하지 않던 개들의 행동과 반응에 쩔쩔매고 있었다. 주인은 풀 죽은 개들의 모습을 처음 보는 양 무릎을 꿇고 앉아서 개들을 쓰다듬어가면서 왜 그러냐고 계속 물었다. 주인은 고개를 돌려 마동을 쳐다보았다. 개들이 마동을 향해 짖고 달려들 것 같아서 개 주인이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는 줄 알았지만 그저 마동을 무섭게 쳐다볼 뿐이었다. 개들의 표정은 이내 앞니 빠진 힘 잃은 중환자 같은 얼굴을 하고 마동의 눈을 피해 고개를 숙이며 끙끙거렸다. 개들이 너무 갑작스레 짖어서 주위의 사람들이 많이 놀랐지만 개들의 주인은 자신의 풀 죽은 개들만 걱정되었다. 그런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개들은 낑낑 소리를 내며 움직이지도 못했고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한 마리가 오줌을 갈겼다. 오줌은 바닥과 털에 그대로 모래와 함께 뒤섞였다. 주인은 샘을 부르며 계속 얼굴을 쓰다듬었다. 마동을 무섭게 노려보던 개들의 주인도 마음이 바뀌었는지 마동에게 미안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진심은 없었다. 마동은 괜찮다고 말했다.
송아지만 한 개 두 마리를 산책시킨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주인으로서 조련자로서 꽤 자질도 갖추고 있어야 하고 훈련도 받아야 한다. 개들 뿐 아니라 주인도 같이 개들의 옆에서 개들을 리드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 큰 개들을 사람들 틈에서 서로에게 불편함이 없이 산책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 큰 개들이 주위의 급작스런 상황에 놀라서 발광을 하게 되면 훈련받지 못한 일반인 큰 개들의 리드믹컬 한 움직임을 제압할 수 없다. 이는 곧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가 된다. 개들은 당황하면 인간처럼 현실적 이해관계에 대해서 타협을 모른다. 조련자는 침착함과 오래된 경험이 쌓여야 큰 개들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이 개들의 주인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훈련을 받은 것 같았다. 마동에게 사과를 하고 개의 주인은 개들을 데리고 가던 길로 갔다. 개 주인의 생각이 마동의 의식에 와서 닿았다.
-저놈은 뭐하는 놈일까. 어째서 우리 아이들이 이처럼 짖어댈까. 아이들이 관찰자로서의 능력이 저하된 것일까. 감각이 무뎌진 것일까. 아니다 그럴 일은 없다. 갑자기 이렇게 아이들이 크게 짖어대고 달려들려고 하는 경우는 여태껏 본 적이 없다. 훈련소에서 훈련을 제대로 받은 녀석들이다. 이 녀석들이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훈련의 과정을 망각하고 미친 듯이 한 사람을 보고 짖어댈 리가 없다.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 30대 남자의 모습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무엇인가 감지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심하게 짖는 모습은 훈련소에서 조금 벗어난 산장에서 야외 훈련을 했을 때였다. 겨울이었고 본디 이 녀석들은 추운 날씨에 강한 녀석들이다. 다른 종의 개들보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집을 강직하게 지킬 수 있는 아이들이다. 겨울의 산장에 밤이 드리우고 들개들이 먹잇감을 찾아 산장 근처에 내려왔을 때 이 녀석들이 크게 짖어댄 걸 본 적이 있다. 지금도 바로 그때처럼 이 녀석들이 짖었다. 단지 그때와 다른 점은 그땐 들개들에게 달려들어 무리수가 많은 그 녀석들을 산장 근처에서 밖으로 내 몰아 버렸지만 저 사람과 눈빛이 마주한 후 병든 닭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주인은 뒤돌아 마동을 잠깐 쳐다보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