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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09.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46

6장 2일째 저녁

146.

 마동이 달리는 해안의 바다는 기존 바다에 인접한 해수욕장처럼 서서히 깊어지는 바다가 아니었다. 시에서 해수욕장으로 개조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천문학적으로 투자했지만 정부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해수욕장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도시의 시청과 구청은 오랜 시간 정부와 줄다리기에서 해수욕장으로 허가를 받았고 전국의 해수욕장에 이곳의 해변도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시청과 구청의 도시개발과에서는 투자를 받은 자본으로 30미터 이상 바닷속으로 걸어가도 허리 정도밖에 물이 오지 않게 해수욕장의 바다 높이를 맞추었다. 10킬로미터 내의 바닷속의 수질과 수온도 조절을 했고 생태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하여 해수면의 온도가 높아지는 밤이 되면 멀리 나가 있던 작은 게나 붕장어 같은 물고기가 해안가로 몰려들었다. 도시는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게 하려고 시간을 들여 연구를 하고 꾸준하게 조성했다. 해변의 많은 소나무 대신 야자수 스무 종류를 심어서 추이를 관찰했다. 덕분에 해수욕장은 낮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는 밤의 해변은 또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했다.


 겨울 역시 바다낚시를 허용해서 수채화 같은 모습이 공존하는 해수욕장으로 전국에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시사철 어느 정도의 호황을 꾸준하게 이어가게 된 해수욕장이 되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얕은 수심을 가진 바다라도 바다였다. 바다의 속성은 해양학자들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바다는 고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히스테릭한 여자와 흡사했다. 언제 어떤 표정으로 바뀔지 모른다. 고요하게만 보이는 잔잔한 바다라도 만취한 사람이 뛰어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사고의 위험성이 다분했고 사고가 나면 시에서도 꽤 난처한 입장이 된다. 정부가 채결을 결정해준 것은 사고가 없어야 한다는 조항에 도시가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해변은 바다 사고가 아직 한 번도 없었고 안전에 더욱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가족단위의 인파가 이곳 해변으로 몰려들었다. 만취해서 객기로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 중에는 더 멀리 나가려는 습성을 지니는 사람도 있었다. 해안 경비대는 호루라기를 불며 야간 입수를 금지시켰다.


 마동은 자신처럼 운동복을 입고 조깅을 하는 사람, 손을 잡고 해안가를 다니는 연인들, 각종 음료와 먹을거리를 먹는 풍경을 보면서 등대 쪽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한여름 밤의 세계에 녹아들고 있었다. 등대로 올라가는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동 앞에서 누군가 송아지만 한 시베리안 허스키 두 마리를 산책시키고 있었다. 송아지만 한 개를 두 마리나 몰고 마동의 옆을 스칠 때 개들이 마동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이내 짖어 대기 시작했다.


 컹 컹. 컹 컹 컹.


 송아지만 한 덩치의 개가 짖는 소리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주인도 주위의 사람들 못지않게 놀란 모양이었다. 주인은 개들에게 안 돼! 같은 말을 큰소리로 했다. 큰 개가 으르렁 거리며 짖는 소리는 무섭기까지 했다. 마동은 놀라지도 몸을 뒤로 물리지도 않았다. 큰 덩치의 개 주인만 더 놀라는 모습이었다. 혹시 자신의 개들이 마동에게 뛰어들지나 않나 노심초사했다. 주인은 주름 하나 없는 먼싱웨어 여름용 니트와 반바지를 입었다. 거대한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할 복장으로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이 녀석들이 왜 이러지, 하는 눈빛으로 개들의 목줄을 잡아당겼고 개들에게 안 돼!라고 소리 질렀지만 개들은 더 크게 짖어댔다.


 “샘, 샘, 쉿! 쉬잇! 안 돼! 쟈크, 왜 그래! 안 돼! 쉿!” 주인은 당황스러운 눈빛이 완연한 채 자신의 개들을 조용히 시키려고 했다. 개들이 두 발을 들며 마동에게로 오려고 하니 주인의 힘으로는 개들을 제압할 수 없었다.


 개의 이름이 샘? 쟈크? 저 사람은 영화를 많이 본 모양이구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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