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2일째 저녁
152.
이렇게 큰 개를 기르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구나. 마동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카페의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이런 큰 개를 키우려면 집 마당이 넓거나 옥상이라도 커야 한다. 한국 땅에서는 좀체 키우기가 힘든 개였다. 뒷문으로 카페의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왔다. 남자는 마동과 그레이트데인의 모습을 보더니 웃음을 지었다. 덩치는 있지만 몸은 마르고 스포츠형의 짧은 머리 모양을 하고 검은 반팔 티셔츠와 검은 여름 데님 바지를 입었다. 대수롭지 않아 보였지만 세련되어 보였다.
“장군이는 주인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거 같소.”
주인도 그레이트데인을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초대형견의 이름은 장군이었다. 장군이가 주인을 보자 아주 반갑게 짖어대고 두 앞발을 들어 주인의 가슴에 올렸다. 컹 컹 거리는 소리는 해안가를 산책하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소리를 들어보시오. 이렇게 큰데 말이오. 초원 같은 곳에서 마음껏 뛰어놀아야 하는데 지금처럼 묶여 있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주인은 진정으로 장군이가 답답해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적어도 마동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마동은 주인의 의식은 들여다보지 않았다.
“제가 이렇게 큰 개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장군이는 지금 불만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주인을 아주 좋아하고 말이죠.” 마동은 계속 말을 이었다. “개들의 의식은 주인을 향한 사랑이 전부입니다. 아주 기이한 생물체 같습니다. 주인의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완전체의 애정 어린 모순덩어리가 있다면 개가 아닐까 합니다. 개는 죽기 전까지 주인에게 하던 행동이나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할 의식을 하고 죽음에 이르게 되니까요. 개들은 사랑으로만 똘똘 뭉쳐 있어서 아주 행복한 동물이지만 동시에 가장 불행한 동물이 틀림없습니다.”
마동의 말을 듣고 장군이의 주인은 보드랍고 짧은 털을 가진 장군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미소를 지었다. 코 옆으로 주름이 깊게 파였다. 주름은 곧 얼굴 전체로 피어올랐다. 기분 좋은 주름이었다.
“개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군요. 개의 내면에 대해서 말이오. 내가 괜스레 기분이 좋구먼. 사실 장군이도 훈련소에 보내지 않으려고 했었소. 개를 훈련시킨다는 것이 인간이 편리하고자, 인간이 좀 더 개에 다가가는 방식이잖소. 개는 어쩌면 훈련 같은 것이 필요 없는지 모르지. 하지만 인간은 개를 훈련시켜 인간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개에게 일임하고 있소. 인간이 가지 못하는 달에 개가 최초로 날아갔지만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지. 위배 적이오. 인간이란 그래.”
“헌데, 장군이는 다른 개들에 비해서 훈련소에 오래 있지 않았소. 한 달 정도 있다가 퇴소를 했지. 훈련소에서 연락이 왔더군. 더 훈련시켜야 할 개가 아니라고 말이오. 그래서 데리고 왔지. 훈련소의 말 그대로였소. 우리 장군이는.” 주인은 장군이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개의 머리라는 것은 주인이 쓰다듬기 좋게 그렇게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마동은 주인과 장군이 가까이 있었다. 장군이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이 보였다.
“이 녀석 보게. 대부분 낯선 이들이 가까이 오면 아주 크게 짖어 대는데 당신은 좀 다르군요. 당신을 처음 보자마자 잘 따르는 것 같소. 이럴 때 주인은 질투를 느끼지. 이례적이야.” 주인은 잭 니콜슨 같은 표정으로 장군이의 상체를 안아줬다.
“장군이가 낯선 사람에게는 크게 짖는군요.”
“그럼요. 이렇게 큰 개들은 대부분 그러합니다. 주인을 지켜야 한다고 훈련을 받은 개들은 사명감 같은 것이 몸에 가득 차 있나 보오. 아주 당연한 것이지. 장군이가 이곳으로 온 낯선 이에게 방어적이 아닌 자세는 처음 보는 듯 하오. 당신도 개를 좋아하시오? 집에 개를 키우고 있소?”
“아니요. 키우지 않습니다. 굉장히 좋아한다고는 말하지 못해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마동은 장군이의 눈을 보며 주인에게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