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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20. 2020

이변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57

6장 2일째 저녁

157.

 디렉트 메시지: 동양의 멋진 친구. 만약 뇌 생리학이나 집단 무의식에 관한 책을 본다면 집중해서 보도록 해봐. 꽤 흥미로운 내용이 많을 거야. 그리고 동양의 멋진 친구에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에 대해서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받아들이기 쉬울지도 모르니까. 그나저나 몸살은 좀 어때? 난 오늘 당신의 그 후일담 때문에 궁금해서 아마도 하루가 금방 지나갔는지 몰라.


 디렉트 메시지: 비슷해. 몸살 기운은 밤이 되면 아주 말짱해지지. 거짓말처럼 말이야. 낮 동안 병든 닭 같던 몸도 이상하지만 저녁이 되면 잠도 달아나고 몸이 생생해져. 그러니까 나 자신도 믿을 수가 없어. 소피는 아침을 먹었어? 난 지금 샌드위치를 만들었어. 먹어가면서 소피와 대화를 할 거야.     


 소피는 마동이 만든 샌드위치를 사진으로 보고 싶다고 했다. 마동은 사진 찍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식당을 가면 음식이 나오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다. 그 모습은 마치 내가 먹은 음식이 이런 것이다, 나는 늘 이런 음식을 먹으며 이만큼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전투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처럼 보였다.


 소피는 샌드위치 사진을 보내보라고 재촉했다. 마동이 어떤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마동은 사진을 찍어서 아무런 보정작업 없이 화면을 통해 소피에게 보여주었다. 샌드위치는 그다지 대단하다 할 만큼 맛있게 만들지는 않았다. 호밀식빵을 잘 데워서 그 사이에 토마토를 굵게 썰어 넣고 브리치즈를 넣고 아루 굴라를 사이에 끼워 넣은 것이 고작이다. 소피는 아주 맛있게 보이며 신선하다고 했다.


 정말 맛있게 보이는 것일까.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디렉트 메시지: 소피는 지금 이 시간에 바쁜 거 아닌가?


 디렉트 메시지: 응, 맞아 동양의 멋진 친구. 오늘은 오후에 회사 스튜디오에서 파트너와 섹스신 촬영이 있어. 그것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해. 스토리 형식의 촬영이라 시나리오가 있어. 대사 같은 것을 숙지해야 하는데 파트너 역시 이 바닥에선 아주 거친 사람이라서 약간 걱정이 된다구. 영화는 아니고 웹사이트 업로드용이야.


 당찬 그녀도 걱정하는 말을 마동에게 보냈다. 페니스가 말 같이 거친 남자와 섹스 신을 촬영하는 소피의 모습을 떠올렸다가 이내 머릿속에서 밀어냈다. 소피는 자신과 타협점을 찾으며 지금까지 잘 해왔다. 마동은 자신이 소피를 걱정한다고 해서 소피를 도와줄 요량으로 웹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지는 않았다. 소피도 마동에게 회원가입을 권유한 것이 없다. 어떤 방식이든 소피는 자신과의 싸움을 매일 치열하게 하고 있었고 그런 모습이 마동의 눈에 또렷하게 보였다. 이 세상 어느 부모도 자신의 딸이 포르노 배우라는 사실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 수많은 성인 영화배우가 활동을 하고 있고 그들은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루하루 치러내고 있다. 사람들은 겉으로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하지만 숨어서는 그들의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눈요기를 즐긴다. 마동은 어쩌다가 소피라는 여자를 알게 되어서 트워터에서나마 이야기를 하며 친숙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녀의 삶에 대해서 간섭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고 그러기도 싫었다.


 마동은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아루 굴라의 쌉싸름한 맛을 마동은 좋아했다. 하지만 샌드위치는 마동의 입안에 그렇게 오래 머물러있지 못했다. 바로 쓰레기통에 뱉어냈다.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아루 굴라의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은 서글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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