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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20. 2020

귀찮음을 감수하면 더 맛있어지는 라면

음식 에세이


나는 귀찮은 것에 질색한다. 그래서 고기를 좋아하지만 구워야 하는 귀찮음 때문에 고깃집에 잘 가지 않는다. 잘 가지 않는다는 말은 내 입에서 고깃집으로 가자는 말이 나온다거나 무리를 이끌고 내가 고깃집에 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가거나 사람들과 가게 되면 곧잘 먹는다.


부대찌개도 좋아하지만 테이블 위에서 끓여서 먹어야 하는 귀찮음 때문에 역시 가지 않는다. 닭갈비도 참 맛있지만 내가 구워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귀찮아서 안 간다. 절대 가기 싫은 곳이 게, 대게, 홍게를 파는 집이다. 양 손으로 집어서 발라내고 뜯고 하는 것이 정말 귀찮다. 그 맛에 간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서 나 같은 놈은 게맛살이나.


그럼 넌 도대체 뭘 먹냐.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페스트 푸드를 좋아한다. 나오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한다. 이유는 귀찮음이 없기 때문이다. 페스트 푸드라고 하면 누군가는 햄버거를 떠올리지만 한국 식당의 한국 음식은 대체로 페스트 푸드다.


국밥은 테이블에 나오면 바로 먹을 수 있다. 나와서 2차로 뭔가를 해야 하는 귀찮음이 없다. 족발도 그렇고, 치킨도 그렇다. 수육도 페스트 푸드고 회 역시 바로 먹으면 된다. 추어탕도, 냉면도, 라면도, 밀면도, 비빔밥 역시 그렇다. 그래서 혼자서 집 밖에서 끼니를 해결할 때 제일 좋아하는 것이 김밥을 사들고 시원한 곳이나 따뜻한 곳에 앉아서 맥주를 홀짝이며 책을 좀 읽는 것이다.


그렇기에 김밥을 가장 많이, 종류별로, 김밥집별로 먹어봐서 제일 편하다. 김밥을 먹을 때면 한 손이 놀기 때문에 노는 한 손은 책을 집어 들 수 있어서 선호하게 되었다. 김밥을 먹는데 귀찮은 점이 전혀 없다. 음식을 먹고 나서 쓰레기도 가장 적게 나온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에도 최대한 귀찮음을 줄여서 먹는다. 대체로 한 접시에 뭔가를 전부 담아서 먹게 되는데 라면을 끓일 때는 이상하지만 귀찮음을 감수한다. 그것이 나 주위의 나를 보는 사람들도, 그리고 나도 이상하다면 이상한 점이다.


라면을 끓여 먹을 때 맛있게 먹는 방법은 모두가 알겠지만 설명대로 끓이면 되지만 라면에는 여러 가지를 넣어서 먹을 수 있다. 몇몇에게 칭찬을 들었던 라면은 이런 것이다.


귀찮더라도 프라이팬에 올리브기름을 잔뜩 두른다. 그리고 파를 송송 썰어서 잘 볶는다. 그러니까 파 기름을 내는 것이다. 잘 저어가면서 대충 파 기름이 나왔다 싶으면 삼겹살을 볶는다. 고기는 그냥 구워도 맛있지만 기름에 빠트려서 볶듯이 구우면 더 맛있다. 그럴 수밖에.


삼겹살은 아주 맛없고 싼 냉동삼겹살도 괜찮다. 편의점에서는 한 봉지에 구천구백 원이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두툼한 목살이나 근고기보다 대패삼겹살을 좋아하는데 주위는 그런 사람이 거의 없다. 어떻든 바로 구워서 먹을 고기가 아니기에 맛이 썩 좋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렇게 파와 김치와 삼겹살이 잘 구워지면 물을 붓고 라면을 끓이면 된다. 이건 장칼국수 라면인데 고추도 썰어 넣고 깻잎을 10장 정도 넣는다. 깻잎은 묘하지만 라면에 풍덩 빠지고 나면 맛이 극대화되는 것 같다. 마지막에는 식초를 조금 넣는다. 방우리가 있다면 꼭 넣자. 방우리(방울토마토)는 열을 받으면 맛이 배가 된다.


그러면 요리 잘하는 식당에서 파는 음식처럼 맛이 좋다. 배추 때문인지 끝 맛에는 단맛도 올라온다. 식당 맛처럼 조금 맛있는 라면을 맛보려면 불 앞에서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 굽고 지지고 끓이고 해야 하는데 귀찮음을 감수하고 끓이면 꽤 맛 좋은 라면을 맛볼 수 있다.



후루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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