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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19.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56

6장 2일째 저녁

156.

 마동이 모르는, 아니 마동이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 속 어느 누군가의 그리움.


 장군이의 눈을 통해서 교차하는 자신의 그리움을 마동은 투영하려 했다. 대학교 시절에 동거했던 연상의 그녀를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그 속에 연정을 가득 담고 있는 그리움은 없었다.


 그녀는 피아노를 계속하고 있는 걸까.


 야트막하고 얇디얇은 마동의 메마른 그리움은 저 밑, 마음의 구석 어딘가에 눌어붙어 있다가 장군이의 눈동자를 쳐다보는 순간 순식간에 밑바닥에서 떨어져 가슴 위로 올라오려고 했다. 마동은 그 감정이 어떤 것에서 올라오는 감정인지 알 수는 없었다. 마음속에 있는 다른 누군가의 작은 마음, 그 마음이 궁금했다. 작은 마음은 필시 그리움이었다. 마동은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올렸다. 피가 혈관을 타고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낮 동안 메스꺼움이 심했지만 모든 것이 한 번에 뚫리는 기분이었다.


 왜 그럴까. 어째서 피가 솟구친다는 느낌이 들었을까. 저 그레이트데인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마동은 장군이의 눈을 보며 그 자리에서 벗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등대로 올랐다. 어제보다 더 빠르고 더 힘 있게 달렸다. 어딘가에 숨어서 길고양이들만 마동이 빠르게 달리는 것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여름밤의 후텁지근한 바람을 가르며 마동은 등대를 지나 항구 쪽으로 달렸다.      



 디렉트 메시지: 소피, 어제 하루는 잘 견뎌 낸 거야?


 디렉트 메시지: 그래, 동양의 멋진 친구. 어제 하루를 나름대로 견뎠어. 여긴 아직 엄청나게 퍼부은 비 때문에 사후처리로 난리도 아니라구.


 디렉트 메시지: 어제도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거야?


 디렉트 메시지: 예스. 아침에는 여기 근처 공원에 조깅을 하러 다니지만 요 며칠 동안 어림도 없다구. 공원은 마치 쥬만지에서 동물들이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엄청난 모양새를 하고 있어. 보는 순간 오 마이 갓.


 시계를 보니 여긴 밤 열한 시쯤이었다. 소피는 아침 열 시에 놓여 있을 것이다. 천재지변이라는 것은 시간을 따지지 않고 장소도 묻지 않는다. 대도시를 기형적으로 변모시키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디렉트 메시지: 세계에서 제일 큰 컴퓨터 같은 도시라지만 하늘에서 무참히 내린 비 때문에 몇 날 며칠을 이곳은 고생이야.


 디렉트 메시지: 눈에 보이는 것에만 잘해놓고 그것에만 신경을 쓰는 건 어디를 가나 비슷한 모양이야. 사람들은 세상을 오직 사물로 보는 세계관을 지니고 있어.


 디렉트 메시지: 맞아 동양의 멋진 친구. 세상을 마음으로 보는 가치관이 필요한데 말이야.    

 

 소피의 말은 옳다. 편견이란 무섭다. 마동은 소피가 어덜트 배우라는 수식어 때문에 생각마저 자신과 옳지 않게 다르다는 편견이 처음에 있었다. 소피와 대화를 하면 마동은 조금씩 작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피의 의식은 은하계처럼 거대하고 넓었다. 소피는 마동에게 집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마동은 조깅을 마치고 집으로 와서 샤워 후 샌드위치를 만들어 책을 보고 있다고 했다. 소피는 무슨 책이냐고 물어왔고 마동은 며칠 전부터 보고 있는 프로이트 뇌 생리학에 관한 서적이라고 했다. 소피는 오우,라고 했고 마동은 저스트 키딩이라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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