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도 알 수 없는 건 알 수 없고, 시간이 2

지나면 알게 되는 건 알게 된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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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 녀석의 말을 듣고 우리는 주말마다 도깨비백화점에 갔던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도깨비백화점에 들어가는 순간 소품들과 장난감, 모형에 빠져서 지하의 존재에 관해서는 잊어버렸다. 그 녀석의 말로는 외계존재는 인간의 마음을 조종하기에 내가 그렇게 잊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도깨비백화점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조종을 당하기에 지하에 있는 존재에 대해서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오직 관리인만 그의 졸개가 되어있다고 했다. 여러 소품들 중에 아주 작은 고양이 모형들을 봤다. 손가락보다 작았지만 너무 정교하여 마치 움직일 것만 같았다. 장난감은 문방구에서도 많이 봤지만 이렇게 진짜 고양이처럼 만들어진 모형은 처음이었다.


[이 정교한 고양이 모형이 아마 내일이 되면 조금씩 자리가 달라져 있을 거야. 분명해. 내가 지난주에 왔을 때 없던 고양이들도 생겼어]


그 녀석은 고양이 모형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해주었다. 우리가 한 달 동안 도깨비백화점에 왔지만 그로울링 같은 이상한 소리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 녀석의 외계 존재 이야기와 함께 도깨비백화점 안의 소품들을 구경하는 건 확실히 재미있었다. 손을 뻗는 곳에서는 절대 만나지 못할 것들이었다. 고양이 모형을 보다가 그 녀석이 손으로 만지려 할 때 관리인이 또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계단 맞은 편의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은 대형백화점만큼 세련되거나 깨끗한 화장실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재래시장 안의 화장실처럼 지저분하지도 않았다. 오래된 화장실이지만 청소는 깔끔하게 되어 있고 냄새가 덜 났다. 작은 창이 달려 있고 그 창으로 냄새가 조금씩 빠지고 있었다. 도깨비백화점은 여름보다 겨울에 더 자주가게 되었다.


그 녀석과는 더욱 친해졌다. 도깨비백화점에 가는 동안도 즐거웠다. 꼭 소풍 전날의 기분이었다. 지하에서 외계 존재의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우리는 거의 그 존재 가까이 다가갔다. 어린이였지만 우리는 풍부한 가능성과 호기심으로 겨울을 지내고 있었다. 겨울이었다. 차가운 겨울의 온도와 다르게 형형색색의 전구 불빛이 거리를 밝혔고 트리가 곳곳에 세워졌다. 그걸 구경하며 그 녀석과 도깨비백화점을 나오는 기분이 좋았다. 문을 열면 바로 떡볶이 골목이니 차가운 겨울 속으로 맛있는 냄새가 확 번졌고 내복을 파는 곳에서 가족들 내복을 구입하는 엄마들로 분주했다. 눈이라도 내린다면 정말 영화 속 같겠지만 그 당시에는 교통체증이나 빙판길에 사고가 나는 것은 우리의 관심 밖이었다.


겨울이면 저녁 다섯 시부터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그 시간부터 겨울은 세상을 점점 어둡게 만들었다. 여섯 시가 되면 세상은 이미 어두워졌다. 겨울은 그렇다. 날이 차가움으로 가득 차 버렸다. 하지만 세상은 인공광원으로 다시 밝아졌다.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겨울이 시작되면서 이어졌다. 후에 대학교 졸업 후 일을 하면서 우리는 거의 매일 분위기가 떠들썩한 고깃집과 술집에서 겨울의 따뜻한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겨울이면 매일 저녁이 축제였다. 거리고, 실내도 어느 곳이든 그랬다. 이 겨울은 분명 춥지만 따뜻했다. 겁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돈에 대해서도 벌벌 떨지 않았다. 졸업 후 일을 시작해서 돈도 잘 벌었다.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듣지도 하지도 않았다. 손을 벌리는 일도 없었다. 즐거운 겨울의 저녁이 매일 같이 펼쳐졌다. 혹독한 추위가 지속될수록 우리의 겨울은 따뜻하고 즐거웠다. 그랬던 겨울이 시간을 건너 좀 더 어른이 되었을 때 전부 사라졌다. 삭막하고 공허했다. 그렇게 설명하는 게 제일 정확했다. 오후 다섯 시에 이미 푸석푸석한 세계가 되었다. 음식도 예전만큼 맛있지 않았다. 음식은 그저 배고프니 뱃속에 넣는다는 느낌이었다. 친구가 사고로 죽고, 결혼할 여자와 어긋난 후에는 사람들과 만남이 지속되지 않았다. 나는 좀 더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다. 혼자는 분명 외롭지만 고독하지 않았다. 불안했지만 불편하지도 않았다. 단지 삶의 모든 부분이 바늘이 되어 마음을 찔렀다.


의견을 제대로 말하는 것도, 그렇다고 말을 하지 않는 것도 힘들었다. 늘 다니는 길로 다니고 새로운 길은 멀리하게 되었다. 일 때문에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지만 마치 로봇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대했다. 몇 가지의 웃음을 만들어서 필요에 따라 꺼내 보였다. 겨울은 춥고 난방비 때문에 겨울은 더 싫었다. 해마다 비용이라는 건 줄어들 줄 모르고 점점 오르기만 했다. 가끔 꿈에 친구가 나타났다. 그러면 나는 반갑게 맞이하기보다 거리를 두었다. 친구는 어린 딸이 있었지만 남겨두고 사고로 죽었다. 나와는 친했지만 스타일이 너무 달라 그렇게 붙어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구였다.


그러고 보니 도깨비백화점에 같이 갔던 그 녀석이 궁금했다. 어느 날 손님을 만나러 도깨비백화점 근처에 가게 되었다. 손님을 만난 후 걸어서 도깨비백화점으로 갔다. 걸음을 옮기는 동안 예전의 기억들이 조금씩 돌아왔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하나씩 생각이 났다. 그 녀석과 함께 즐거웠던 날들이 떠올랐다. 운동장 한 구석에서 뭘 하며 놀았는지 즐거웠다. 도깨비백화점이라는 간판은 없어졌고 작고 세련된 모양의 [흥진상가]라는 네온 간판이 붙어 있었다. 떡볶이 골목의 천장은 아케이드로 눈과 비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떡볶이를 먹을까 하다가 1인분을 다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도깨비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와 점포들의 모습도 전부 바뀌었다. 소품 같은 것을 파는 매장은 한 군데도 없었다.


전부 의상이나 물건을 쌓아 둔 매장이 많았다. 속눈썹 연장이나 타로카드 매장이 있었지만 문은 닫혀 있었다. 이곳에 오니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 잡혔다. 내 속에 있는 어떤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것만 같았다. 그 녀석의 말대로 정말 이 건물의 지하에는 외계존재가 살고 있었던 게 아닐까. 계단이 있는 복도 끝으로 가니 지하로 내려가는 곳은 없었다. 이곳은 막혀있고 아마 다른 곳으로 내려가는 모양이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딱히 소변을 보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소변이란 자세를 잡으면 보게 된다. 뭔가 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하고 싶지도 않은 기분이 들었다.


딱히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없다. 아마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그 감정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생각할 시간조차 없다. 도깨비백화점은 사라졌지만 그대로였다. 형태가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생명이 다하고 사라진다. 하지만 생겨난다. 물론 형태가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변을 다 볼 즈음에 화장실의 작은 창문으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로울링의 소리였다. 그 녀석에게 들었던 그 외계존재의 소리였다. 나는 그때 알 수 있었다. 소변을 다 본 후 손을 씻는데 손톱에 때가 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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