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 영화 이야기로
펩시콜라는 한국에 언제 들어왔을까. 한국펩시콜라 창립은 93년도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의 72년 영화 [0시]의 배경 속에 펩시가 등장한다. 주인공 중 한 명인 김창숙이 나올 때 그 뒤로 펩시콜라의 간판이 보인다.
이만희 감독은 72년 회색빛 서울 속에 피어난 꽃처럼 김창숙을 표현했다. 암울할 것 같은 도시와 20대 초반의 김창숙은 대비를 이룬다. 윤정희도 나오지만 윤정희는 스테레오 타입이다. 윤정희는 의상도 메이크업도 역할도 그냥 배경에 묻히지만 김창숙은 꺼지지 않는 불꽃같다.
요즘 유튜브 영화평론가들은 해외 나이 든 배우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는 많이 한다. 조디 포스터, 샬롯 렘플링, 메릴 스트립 같은 배우들의 젊은 모습은 꽤 이야기한다. 임청하의 젊은 모습도 스레드나 유튜브에 올라온다. 그런데 한국 배우들의 젊은 시절 모습은 언급이 거의 없다. 그건 아마도 예전 영화들을 보지 못해서일 것이다. 요즘 영화보다 재미없다는 편견이 있어서 한국 고전영화는 잘 보지 않는다.
근데 예전 영화가 재미없지는 않다. 그래픽이 없던 시대이니 죽기 살기로 만든 영화들이 많다. 이 영화는 설명을 하면 좀 복잡한데 보면 크게 복잡하지 않다.
형사 장중한(허장강-허준호 아버지)은 아들 규석(얄개배우 이승현) 때문에 알게 된, 누나를 찾아 달라고 대책 없이 상경한 시골 소년 인돌(의 누나가 김창숙)을 집에서 지내게 하면서, 누나를 찾던 중 오토바이로 강도질을 하던 남녀(김창숙)를 쫓던 중에 아들 규석이 납치를 당한다. 규석을 납치한 범인은 7년 전에 아들의 병원이 때문에 돈을 훔쳤다가 장중한에게 체포되어 교도소에 들어간 이만수였다. 그때 아들의 병원비 때문에 돈을 훔쳤으니 한 번만 봐달라고 했지만 구금되고 말았다. 출소 후 아내는 재혼을 하고 아들은 치료를 받지 못해 죽고 말았다. 이만수는 장중한의 아들을 납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만수와 규석은 재미있게 지낸다. 결국 규석의 천진함으로 복수하기를 포기하고, 장중한은 남녀 오토바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그 여자가 인돌의 누나라는 걸 알게 된다.
20대 김창숙은 예쁜 젤소미나의 느낌이다. 마지막에 자수해서 잡혀가면서도 칙칙한 주위의 남자들과 대조되며 욕을 하는데도 예쁘기만 하다. 속눈썹을 떼며 이것 때문에 마음껏 울 수도 없다는 장면은 애틋하면서 재미있다. 이만희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구석구석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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