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1

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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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이지만 오늘은 날이 포근하다. 영상의 기온이라 너는 햇빛을 받으며 좀 걸었다. 걸음걸이에는 평소와 다르게 가벼움이 실려 있다. 너는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기시감에 약간 들뜬 상태다. 고작 기시감 따위에 그런 우쭐한 기분이 들다니. 그렇다고 해서 그 기분을 누구에게 너는 표현하지 않는다. 그게 너의 스타일이다. 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어느 정도 다가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너는 생각한다. 원래는 사람들을 허물없이 좋아했는데 이렇게 바뀌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너는 생각한다. 너는 오늘, 어린 시절에도 이런 기분을 한 번 겪었던 느낌이 들었다는 것에 들떴다. 그 느낌이 평소보다 강하게 들었다. 뿌연 햇살이 비치던 이른 봄날의 어느 날, 해가 들어오는 마루에 앉아 공룡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의 느낌을 너는 느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해보자. 가지고 놀던 공룡 장난감은 고지라에 나오는 라돈이었다. 장난감은 보잘것없는 단색으로 되었지만 너는 그 장난감을 좋아했다. 너는 작았고 작은 손안에 꼭 들어오는 더 작은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을 한 채, 장난감이 손에 있으니 너는 걱정이 없었다. 엄마는 어린 동생을 업고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고, 날이 좋아서 날씨가 사람을 위협하지 않았으며 마당의 큰 개도 햇살을 받으며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대문은 열려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남의 집을 침범하는 일이 없었고 티브이를 틀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가 잔뜩 나왔다. 오늘 아침 너는 순간이지만 작았던 시절, 손보다 작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아무 걱정이 없었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 느낌은 소멸했다. 너는 그 느낌을 어떻게든 이어가고 싶어 한다. 그 느낌은 어린 시절을 강하게 떠올리게 하고, 그 속에는 아버지도, 큰이모도, 친구도 있다. 너의 소중한 사람들이 그 속에서는 기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너는 고개를 들어본다. 보이는 풍경 속에 너 자신이 흩어지는 것을 본다. 발버둥을 친다는 것, 이를 악물고 하루를 견딘다는 의미를 너는 알고 있다. 그래서 너는 어린 시절 그 느낌의 그때를 떠올린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가 여섯 일곱 살 정도 되었을 때다. 너는 그때 장난감 하나면 무척 행복했다. 당시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시던 시절이라 빈 담뱃갑 안에 딱지를 오려 넣어서 가지고 놀곤 했다. 너는 잠이 들 때를 제외하곤 항상 손에 작은 장난감이나 딱지를 쥐고 있었다. 무슨 결핍 때문인지 악착같았다. 마당의 벽면에는 무늬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 당시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무늬였다. 너는 양각으로 된 그 무늬 위에 장난감을 올리고 입으로 어린이들만의 소리를 내며 놀았다.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였다. 너는 그 집에 세 들어 살고 있었고, 한 집에 주인집도 같이 지냈다. 방이 딸린 마루가 있고 양옆으로 방이 하나씩 있고 부엌이 딸려 있는데 한쪽 방에 너의 집은 세 들어 살았다. 너의 집은 주인집과 친했다. 너의 어머니와 주인집 아주머니와의 인연은 그 뒤로 죽 이어져 얼마 전까지 지속되었다가 주인집 아주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 관계가 끊어졌다. 몇십 년 동안 자매처럼 지냈다. 힘들 때 서로 돕고 도와주며 지내왔다. 어쩌면 자매보다 더 관계가 돈독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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