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2

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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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너는 현재 생각한다. 일 년을 보내고 난 후 새해를 맞이하면서 한 인간이 일 년 동안 무탈하게 지낼 수가 없다는 것을. 크던 작든 간에 가슴 쓸어내리는 일들이 매일 매시간 일어난다. 그 모든 것을 뚫고 일 년을 보낸다는 건 어떤 면으로 기적 같은 일이라고 너는 생각한다. SNS에서는 매일 아픈 사람들의 기록이 올라오는 걸 너는 본다. 그들이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는 이유는 그저 작은 응원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응원받는다고 해서 낫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픔을 나누면 고통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너는 일 년 동안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봤다. 나의 일이 아니기에 나와 모르는 이의 죽음은 내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너는 생각한다. 그러나 너는 죽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한다. 너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죽음 역시 너 자신은 아니기에 너의 일은 아닐 수 있다. 인간의 삶이란 반드시 칼로 두부를 자르듯 이거 아니면 이게 아니다. 죽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눈을 감는 사람들을 너는 봤다. 그렇게 너는 어떻게든 일 년을 버티고 지금까지 왔다. 인생 8, 90년 중에 고작 일 년을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은 먼저 천국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너는 생각한다. 올해 소망을 너는 빌어본다. 내년 오늘 다시 이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너는 소원을 빌었다. 너의 소원은 해가 갈수록 소박해진다. 사람들은 죽음에 자신을 넣지 않는다는 것을 너는 안다. 일 년 동안 죽은 사람들 역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앞날은 도로를 건너는 개미들의 횡렬 같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게 인간의 삶이다. 네가 다섯 살 때 살던 집은 마당이 있었다. 작은 너의 눈에는 그 마당이 몹시 크게 느꼈다. 마당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주인집 형과 놀기도 했다. 너보다 두 살 많은 형은 너를 동생처럼 대해 주었다. 형은 주인집 막내였다. 그래서 너를 친동생처럼 챙겨주었고 자주 놀아 주었다. 주인집은 삼 남매였다. 큰형이 있고 누나가 있었다. 큰형과 누나는 너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서 쉽게 다가갈 수 없었지만, 큰형과 누나 역시 좋은 사람들이었다. 중학교에 가서 너는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아서 큰형에게 과외받았다. 그때 큰형은 제대 후였고 복학 전이었다. 어릴 때는 옆집의 막내 형과 내내 붙어 놀았지만, 중학생이 된 후에는 영어를 가르쳐주는 큰형과 붙어 있게 되었다. 동네에는 너처럼 공부와 담쌓은 친구 두 명을 큰형에게 데리고 갔다. 수학도 거의 빵점 수준인데 수학은 누나가 가르쳐 주었다. 영어는 어찌어찌 성적이 좀 올랐지만, 수학은 정말 진척이 없는 너였다. 큰형은 공부라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너의 친구 두 명을 데리고 봄날에 경주로 소풍을 가기도 했다. 거기서 별로 한 것은 없지만 도시락을 먹고 언덕 위에서 재미있었던 기억을 너는 가지고 있다. 기차를 타고 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보문단지 잔디 어딘가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큰형의 철학적인 이야기여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정경은 눈에 선했다. 잔디 위를 거칠게 달려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과외 덕분에 너는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큰형은 과외를 더 할 수 없어서 아쉬워했지만, 졸업 후 굴지의 자동차회사에 취업했다. 큰형은 바로 결혼했고 행복한 신혼을 보내던 중 잠든 후 과로로 영원히 일어나지 못했다. 그때 너는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자주 보지 못하는 것과 영영 보지 못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알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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