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3

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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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죽어서 보지 못하는 건 살아있지만 보지 못하는 것과 너무 달랐다. 네가 주인집에 살던 어린 시절에는 너의 집에서 티브이를 보는 것보다 큰형 집에서 티브이를 같이 보는 걸 좋아했다. 큰형은 마치 삼촌 같았고 언제나 너를 양반다리에 앉혀 티브이를 봤다. 뭘 봤는지 너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마징가 제트 같은 만화였을 것이다. 그 집에서 초등학교 1학년까지 살았다. 2학년이 되었을 때 너는 건너편 집으로 이사를 했다. 방이 하나 더 늘었고 다락이 있고 현관과 부엌이 따로 있는 집이었다. 너의 가족은 늘 한방에서 자고 먹고 해서 하나 더 늘어난 방에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웠다. 그 방에는 늘 이불이 깔렸고 그 이불에 누워 있으면 마치 다른 세상 같았다. 이불의 발에 닿는 촉감이 좋았던 걸 너는 기억한다. 너는 다락을 좋아했다. 다락에 올라가면 어딘지 모르게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친구 집 다락은 이불이 늘 있어서 거기서 무서운 이야기도 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이었다. 결국 너는 아버지를 졸라 다락을 방으로 만들었다. 다락 생활은 이후 계속되어서 이사를 간 집에 다락이 있으면 방으로 만들어서 너는 거기서 생활했다. 아버지는 사각의 밥상으로 책상을 만들어 공부를 할 수 있게 했다. 공부를 할 수 있는 다락에서 공부보다는 라디오를 듣고 낙서하고 그림을 그리고 다락에 난 작은 창으로 밖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다락의 창으로 보는 동네 풍경은 언제나 평화로웠다. 너의 집은 이사를 하더라도 동네를 떠나지 않았다. 아마 그 동네를 떠나기 싫었던 모양이었다. 동네는 모두가 친절했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었겠지만, 동네는 전부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응답하라 1988처럼 동네 사람들이 전부 친척 같았다. 모두가 어딘가에서 가난한 동네로 왔을 때 어떤 마음가짐 같은 것들이 그들을 묶어 두었다. 가난한 동네라고 했지만 잘 사는 집도 여러 채 있었다. 교수 집과 통장 집 그리고 사업을 크게 하는 집과 슈퍼를 하는 집, 좋은 회사에 다니는 집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이층집이거나 방이 세 개가 되는 집에 살았다. 동네 아이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의 옥상을 넘어 다니며 놀았다. 어른들에게 그렇게 놀면 혼이 많이 났을 텐데 혼이 난 기억은 또 없다. 교수 집은 집들이 데면데면 붙어 있는 골목에 같이 있었다. 한동네에 있었지만, 그 집에서는 과하지 않는 교양이 흘렀다. 그 집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대리석 같은 외장재로 집의 벽이 되어 있었다. 그 집 사모님도 동네 아주머니들과 간간이 어울렸다. 그 집에는 명문 여고에 다니는 딸이 있었다. 너는 5학년이 되면서 너와 동네 친구들은 장난기가 가득한 아이들이 되었다. 어떡하면 매일 말썽을 부리며 놀까? 그 고민만 하는 것 같았다. 콩알탄이 유행이었다. 폭죽도 유행이었다. 집집이 화장실은 마당에 있었다. 화장실의 작은 창문과 대변을 퍼가야 하는 문이 골목 쪽으로 있었다. 그래서 야간에 화장실 불이 켜져 있으면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너와 아이들은 화장실 위로 난 작은 창으로 콩알탄을 던지고 밑으로는 폭죽에 불을 붙여서 넣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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