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4.
그러면 볼일을 보던 사람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화장실 밖으로 혼비백산하며 나왔다. 너와 친구들은 그런 장난을 하며 동네를 휩쓸었다. 얼마 동안 들키지 않았지만, 언젠가 교수 집 딸에게 들키고 말았다. 큰일 났다고 너는 생각했다. 이미 전적이 있던 너와 아이들은 한 번 더 이런 장난으로 걸리면 큰일이 난다고 어머니에게 한 소리 들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여고생이었던 누나는 어른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여고생 누나는 너에게 은밀한 제안을 한 것이다. 그건 누나의 쪽지를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일이다. 그 누군가는 너의 주인집 큰형이었다. 그런 상상도 못 할 일들이 일어나곤 했다. 골목은 작았지만 너에게 큰 놀이터였다. 너는 여섯 살이 되었을 무렵 동생이 걷기 시작하면서 타고 다니던 세발자전거를 동생에게 주었다. 아버지는 동생을 위해 세발자전거를 파란색으로 페인트칠했다. 너의 아버지는 페인트칠도 곧잘 했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살던 집은 이전까지 살던 집에 비해 가장 큰 집이었다. 창고도 있고 화장실도 두 칸에 마당도 컸다. 너의 집은 전세였다. 이전까지 월세에 살다가 전세가 되었다. 전세 월세 의미를 너는 중학생이 되어서 겨우 알게 되었다. 마당에 개를 키웠는데 아버지는 개집을 판자로 짓고 페인트칠했다. 너는 아버지를 도와서 열심히 개집을 만들었다. 아버지는 너의 초등학교 5학년 교실 커튼도 달아 주었다. 담임선생님은 너에게 많은 장난감이 있다는 걸 알고 어머니에게 부탁해서 버릴 장난감은 좀 달라고 했다. 5학년 담임은 너에게 여러 가지를 부탁했다. 만들기를 잘한다는 이유를 붙여 너에게 말을 만들어 오기를 바랐다. 너의 아버지와 함께 나무로 말의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찰흙을 바르고 물감으로 색칠해서 멋지게 말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말을 받아서 담임은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주었다. 만들기 숙제가 있으면 너는 늘 아버지와 함께했다. 아버지와 함께하면 못 할 것이 없었다. 아버지는 너를 위해 프라모델을 같이 만들었다. 프라모델을 구입하면 항상 같이 시간을 보냈다. 너의 아버지는 너와 동생에게 최고의 아빠였다. 아빠에서 아버지로 넘어가기 전까지 너의 아버지는 너와 동생을 위해 뭐든 만들어 주었고 같이 놀았다. 만화 속 허리에 차는 칼이 갖고 싶다고 말하면 아버지는 회사에서 비슷하게 칼을 만들어 왔고, 작은 쌍절곤을 갖고 싶다고 하면 쇠를 깎고 갉아서 용접하여 작은 쌍절곤을 만들어 왔다. 아버지는 동생이 어릴 때 쉬는 날이면 목말 태워서 산으로 들로 놀러 다녔다. 어렸던 동생은 아버지를 너무 좋아했다. 딸이 그렇듯이 아버지가 회사에서 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갔다. 아버지는 동생을 위해서도 뭐든 만들어 주었다. 동생의 인형이 고장이 나면 아버지가 직접 수리했다. 너의 장난감 역시 고장이 나면 쉽게 수리해 주었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도 쉬는 날 아버지의 친구들을 얼마나 만나고 싶었을까. 그러나 아버지는 너와 어린 동생과 늘 함께 보냈다. 그 덕에 너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아버지가 그렇게 너와 동생에게 최고의 아빠가 된 것은 미안해서일지도 모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