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5

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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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너의 아버지는 학창 시절에 이미 팔에 문신을 새기고 사고를 치는 학생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멋대로 지내던 중 너의 어머니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반대가 심했다. 결국 엄마를 데리고 경북 어딘가에서 살림을 차렸지만 결혼 생활이 쉽지 않았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면 그날 전부 써버리고 집에서는 한 푼도 가져다주지 않았다. 술을 많이 마셨고 마셨다 하면 만취였다. 행패도 부리고 경찰서에서 어머니가 데리고 왔다. 그러던 중 네가 태어났다. 네가 태어나면 아버지가 정신을 차릴 줄 알았지만, 오히려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 너의 어머는 너무 힘들었다. 동생이 태어났고 도저히 두 아이를 키울 수 없어서 너는 외가에 보내졌다. 아버지는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이렇게 생활하다가는 전부 뿔뿔이 흩어지고 굶어 죽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조선업에 취업해서 열심히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줄이고 담배도 단숨에 끊어 버렸다. 회사에서는 아버지의 별명이 백사였다. 담배를 한 번에 끊어서 독하다고 독 없는 독사라는 의미였다. 아버지는 일요일이면 동생과 너를 데리고 놀러 다녔다. 여름이면 자고 일어났을 때 바닷가가 눈앞에 펼쳐지는 일도 있었고, 외식도 동네의 다른 아버지들에 비해 자주 다녔다. 동생은 아버지 마중을 가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집에서 아버지 마중을 가는 길은 신나는 길이었다. 걸어서 2, 30분 정도 걸리는 길이었지만 금방이었다. 동생과 너는 가면서도 내내 티격태격했지만, 엄마의 당부가 있어서인지 너는 동생의 손을 놓지 않고 꼭 잡고 있다. 버스 정류장은 10미터 간격을 두고 두 군데였다. 버스가 어느 정류장에서 멈출지 몰라 너와 동생은 중간에 서서 몇 번 버스에서 내리는지 내기를 했다. 까르르 웃는 동생과 너는 뭐가 그리도 신나는지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리는 틈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이번 버스에서 아버지가 내리면 동생이 이긴다. 하지만 이 버스에서 아버지는 내리지 않았다. 동생의 안타까운 탄식이 흘렀다. 아버지가 마침내 한 버스에서 내리면 동생은 두 팔을 벌려 아버지에게 달려간다. 아버지의 품에 안겨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동생을 안고 가면서 그 말을 진지하게 듣고 맞장구를 친다. 그 모습을 너는 어렸지만 뿌듯하게 바라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네의 한 친구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맞아서 눈에 멍이 들었다. 너는 아버지에게 단 한 번도 맞은 적이 없다. 성적이 나빠도 아버지는 너에게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말을 한 적도 없다. 아버지는 너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아버지는 마중 나온 동생과 너에게 가끔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하드가 아닌 아이스크림이었다. 투게더나 조안나골드를 사주면 너와 동생은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집에 오자마자 뚜껑을 따서 먹고 싶지만, 엄마의 눈에서 빛이 나는 것을 감지한 너는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밥을 먹자마자 꺼내서 동생과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입에서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은 맛있는 시간 같았다. 어릴 땐 그걸 몰랐지만, 나중에 너는 그걸 알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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