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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3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68

8장 3일째

168.

 는개도 봤을까. 이런 광경이 보이는 현상을 그녀도 느꼈을까.


 마동은 는개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녀의 의식은 다른 사람들처럼 읽히지 않았다. 마동이 집중을 해도 그녀의 의식에 닿지 않으며 어떤 은유의 희미한 형태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동은 자신이 느낀 이 감정과 본 광경에 대해서 는개에게 질문하고 싶었다. 더불어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도 는개에게 말하고픈 욕망이 올라왔다. 마동은 자신도 모르게 쥐어짜는 목소리로 는개에게 저녁식사를 하자고 했고 는개의 미소는 조금 더 깊어졌다. 푸석해진 손으로 는개의 손등을 두드리며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나가는 목소리로 고맙다고 했다.


 는개는 마동의 자리에서 벗어나 그녀의 자리로 돌아갔고 마동은 리모델링 작업 분을 확인하고 오너를 만나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났다. 휘청거렸다. 아찔했다. 일어나서 한참 동안 숨을 가다듬었지만 어지럼증이 심했다. 마동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책상에는 는개가 따 주었던 자양강장제가 숨바꼭질을 하는 어린아이처럼 가만히 서있었다. 마동은 그것을 집어 들고 마셨다. 검사가 있어서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마셨다. 자양강장제는 맥주처럼 잘 넘어갔다. 목 넘김이 좋았다. 그동안 맛 본 자양강장제의 맛이 아니었다. 자양강장제를 사람들이 마시고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그 한 병 속에 혈당을 올리는 과당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였다.


 마동은 그동안 자양강장제 같은 음료는 마시지 않았고 는개도 이런 음료를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제오늘 그녀가 자양강장제를 건넸다. 어제 마신 자양강장제는 일반적인 그런 맛이었다. 아니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마신 음료는 달랐다. 마동은 손에 들고 있는 병을 바라보았다. 어디에나 파는 그런 자양강장제와 다를 바 없는 음료였다. 5분 정도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명도 멀어졌고 어지럼증도 사라졌다. 마동은 고개를 돌려 는개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몸살이 사라진 것 같았다. 마치 밤처럼. 그녀는 무엇인가 알고 있다.     


 사장실에서 오너가 컴퓨터 화면을 나에게 잘 볼 수 있도록 돌려놓은 후 서류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장실에 들어오니 사장실 안의 모든 사물이 제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떠돌이 개처럼 느껴졌다. 있어야 할 것과 사라져야 할 것들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이봐, 고마동 큰일이야.”


 비교적 굳건하고 냉정한 오너임에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동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지는 못하고 턱을 살짝 들어서 의사를 표시했다. 오너의 눈에도 마동은 형편없이 보였지만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음을 미안해했고 마동도 오너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대체로 조직과 개인의 관계가 조금 특별한 회사에 마동은 몸을 담고 있는 것이다.


 “클라이언트에게 심경의 변화가 왔네.” 오너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오너가 이렇게 불안해하고 크게 숨을 쉬는 모습은 근래에 들어서 처음인 듯했다. 클라이언트의 단순한 심경의 변화 때문에 이렇게 오너가 불안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마동의 생각이다. 드물었지만 고객들은 리모델링의 수정을 요구해 온 적이 있었다.


 “클라이언트가 핵 변이의 플루토늄을 생활화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네.”


 오너는 물 컵을 입에 갖다 댔다. 마동은 사장실에 들어오니 다시 조금 어지러웠고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장실의 사물 때문에 눈앞이 약간 흐릿했다. 하지만 오너의 말을 듣고 마동은 큰 걱정할 거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클라이언트가 그것을 원하면 해주면 되는 것이다. 초안 레이어 작업을 다시 하는 것이 힘들고 까다롭지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해답은 반드시 있으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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